이제는 속을 뚫어주는 서비스의 시대다
** 올해는 여러가지로 충격적인 일이 많았지만 그 중 하나를 들자면 바로 카카오뱅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금융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을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시킬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런 조짐이 카카오뱅크로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은행 이전에는 가상화폐라는 것이 떴다. 10년전에 사둔 한화 10만원어치의 비트코인이 37억이 되었다는 무용담은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뿐이다. 국가 등 힘을 가진 단체가 휘두를 수 있었던 통화경제라는 권력을 이제 IT기술자가 휘두르고 있다.
** 카카오뱅크가 뜬 이유는 뭘까? 소비자가 가지고 있던 개혁의 의지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은행들은 솔직히 말해서 서비스 업종이 아니라 친절한 태도의 갑질업종에 가까웠다.
아무리 사용편의성이 나쁘다고 해도, 아무리 금리가 나쁘다고 해도 은행은 공손하고 정중한 태도로 '니들이 뭘 몰라서 그래'라고 답해왔다. 은행 지점마다 심사결과가 달라서 금리 하나에 은행직원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금펀드를 사러 왔다는 고객에게 자기에게 수수료 하나 안붙는다는 이유만으로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하냐고 하며 실적이 되는 금융상품을 권유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여기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기존의 은행은 말 그대로 구 시대의 유물이 되어 우중충한 이미지로 전락했고, 카카오뱅크는 소비자들은 이들을 몰아내는데 기여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청산대상이 된 은행들은 이제서야 금리를 조정하고 앱을 손보고 핀테크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이미 인터넷 은행은 하반기부터 보험, 주택 담보 대출까지 뛰어든다.
이제 인터넷 은행은 현대인은 몰라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금융과 자본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새로운 양상의 금융을 가져왔다. 대출이율은 고정적이다. 굳이 1금융권의 심사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온갖 서류를 들이밀면서 나의 상환능력에 대해 설파할 필요가 없다. 신용등급과 수입에 따라 나눠진다. 비인간적이라고? 하지만 객관적이다. 은행직원에게 재단당하는 수모를 받는 것보다는 훨신 간편하고,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에도 맞는다.
소비자의 속을 제대로 긁어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속을 긁어주는 서비스가 뜰 것이다.
** 기존 은행에게는 숙제가 남았다. 기존의 은행은 유력지역에 멋진 지점을 지어놓고, 거기서 몰려드는 사람을 통해 위상을 과시했다. 창구에 밀려든 사람들은 은행의 힘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었다.
하지만 핀테크의 발달로 양상이 바뀌었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치중하면 기존 자산의 효용성이 감소한다. 사람이 쓰지 않는 은행지점은 애물단지일 뿐이다. 그런데 그 지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모바일 은행 서비스에 집중하면 공인인증서니 OTP니로 떡칠된 은행서비스따위는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럼 기존의 인프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서 은행의 갈림길이 갈린다. 새로운 서비스에 집중하자는 목소리를 내면 반드시 듣게 될 소리. "그럼 기존 인프라, 자원은 어떻게 할텐가?"
선택과 집중 그리고 매몰비용의 함정에서 은행이 고민할 때 소비자는 카카오뱅크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그야말로 기존 은행에게는 재앙과 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