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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Jun 01. 2017

사람을 바보 만드는 리더란?

조선 리더십 경영



Q: 고난의 세월을 거치고 드디어 파트장이 되었다, 너무 기쁘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일 뿐. 

팀장이 너무 시시콜콜 끼어들어서 지시한다. 오죽 심했으면 파트장으로 업무를 지시해도 부하직원들이 그거 팀장님이 지시한 거 맞냐고 물어볼 정도다.


내가 업무를 지시해도 수틀리면 직접 날아와서 다 들어 엎으니 부하들이 나를 믿을 리 만무하지.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 너무 힘들다. 일이 안 된다. 난 어쩌면 좋나?


1. 1592년 이전까지 한 왕의 치세는 상당히 높게 평가받고 있다. 용인술의 달인이라 이원익, 류성룡, 권율, 이항복, 이이 등 여러 인재가 모였고 임기 내에 당파싸움을 잘 조절해서 국정을 잘 수행했기에, 그야말로 태평성대였다. 1592년 이전까지는. 


하지만 이후 이 왕은 도성과 백성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르는 치욕을 입게 된다. 선조 이야기다.


임진왜란을 예측하지도 못했고, 가능성을 알았음에도 방어책도 만들지 못한 선조는 1592년 4월 30일 한양을 떠났다. 6월 11일에는 평양성마저 버리고 의주로 가는 피난길을 택하면서 백성들은 물론 그를 호위하던, 도성을 버리는 것을 반대하던 류성룡, 윤두수의 신뢰마저 잃게 되었다. 한때 성군으로 불리던 왕이 난세를 만나면서 사실은 머리만 좋은 암군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만 것이다.


외국인 작가 옴리 콤판이 그린 선조. 외국 사람들 눈엔 보통 이렇게 비친다고 한다. 하기사 이후 행보를 보면?

2. 왕이 한양을 버리고 피난을 갔다는 소문이 들리자 백성들은 크게 분노했다. 궁궐에 대한 방화가 이어졌고 한양을 치기 위해 일본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한양에 당도했을 때는 궁궐은 이미 잿더미가 된 뒤였다. 


류성룡, 윤두수가 당색을 초월하여 선조의 피난을 일관되게 반대한 이유가 백성의 민란인데 이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어떤 환경이든 한 리더가 신뢰를 잃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부상한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거치며 선주의 권위가 떨어지자 차세대 리더가 부상했는데 우선 조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에서 조선땅에 남겨둔 분조 즉 왕세자인 광해군, 의병 조직을 만들어 국가를 구하기 위해 떨쳐 일어난 곽재우 등의 의병 그리고 한국인이 존경하는 위인 1, 2위를 다투는 이순신 제독 등의 위인들이 나라를 위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선조는 속이 아주 좁은 사람이기에 이 돋보인 영웅들을 시시콜콜 괴롭혀서 죽이고, 죽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 김덕령 장군 처형당했고 곽재우 장군은 역적이 되었으며, 이순신 제독은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다. 이 속좁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아들이자 구국의 영웅인 광해군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3. 1598년 임진왜란이 가까스로 마무리되었다. 전화로 인해 황폐화된 조선, 분노한 민심, 신뢰를 버린 신하들 등 선조가 짊어져야 할 짐은 많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국가의 부흥이 아니라 광해군에게 쏠린 조야의 명망이었다. 현재 왕은 군주로써의 명분이 없다. 위험한 조선땅의 한 복판에서 민심을 붙잡은 것은 광해군이다.


이 명분이 중요하게 작용한 탓인지 왜란 초기부터 신료들은 선조에게 전위를 요구했다.  왕은 도망치는 마당에 세자로써 책무를 다하고 열심히 분조를 이끌고 나라를 지켰다. 아마 속 좁은 선조 본인의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정도를 넘어 얼굴을 볼 때마다 못난 자신이 비굴해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왕권을 위협당하는게 두려웠을 것이다.


왕의 업무중 하나는 후계 구도를 강화하고, 후계자의 권력을 안정화시켜 후계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소요를 줄이는데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한 왕은 조선사에서 한 손으로 꼽을 정도, 문종, 정조는 자신들의 건강탓에, 영조는 본인의 괴팍한 성격 탓에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선조, 인조는 자신의 컴플렉스탓에. 


이후 선조는 집요하게 광해군을 괴롭힌다. 그를 지지하던 정인홍 등의 신료가 유배를 간다던가 한 밤중에 선위 소동을 벌이는 식이었다. 못난 상사일수록 아랫사람을 괴롭힘으로써 자신의 힘과 권위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못난 상사일수록 부하의 권한을 뺏어서 대신 휘둘러서 자신의 권위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것이 국가의 기틀을 계승하는 왕업이었다는 것이다.


적장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광해군을 폐서자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얼핏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선조가 마음에 둔 신성군도 서자였음을 감안하면 이것보다는 자신을 위협하는 광해군이 너무 싫다는 좁은 마음의 발로, 그 이상도 아니다. 속 좁은 것 맞다.


4. 위 사례에서 팀장은 기껏 파트장을 임명해놓고 그 권력의 줄은 주지 않아서 파트장이 일할 기반을 빼앗아 버렸다. 팀원들이 파트장을 속된 말로 물로 보게 된 것이다.


선조의 갖은 괴롭힘(선위 소동, 측근 귀양 조치 등)으로 광해군을 괴롭힌 결과, 즉위한 왕 광해는 일할 기반이 불안해져 버렸다. 이미 우리는 전에 세조 편에서 정당성이 부족한 왕이 어떻게 살아야 했는지 충분히 보았다.


쪼잔한 질투의 화신인 선조 때문에 기반이 있는 대로 흔들린 광해군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고, 급기야 자신을 따르던 서인과 남인을 내치고, 선조가 대신 왕으로 만들려던 영창대군을 무리수를 둬가며 죽인 데다 급기야 잦은 옥사를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광해군의 입장에서는 정통성 시비를 없애기 위한 수였지만, 오히려 이것이 무리수를 두게 되어 반정의 계기가 된다.


물론 극복 못한 본인의 책임도 있겠지만, 광해군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엔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결국 광해군은 반정으로 폐위된 왕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군’ 자가 붙어버렸고, 후손들에게 연산군과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왕통 강화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은 분명하지만, 내정개혁, 외교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는 점, 선조의 실수로 인한 전란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민생사업, 대동법을 수행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아도 좋을 것이다. 동의보감을 편찬하게 한 것도 광해군이었다.


5. 권한 위임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회사가 잘 굴러가려면 조직이 확대되고 권한이 분산되는 과정에서 한 명이 빠져도 회사 조직이 굴러가도록 시스템을 맞추는 게 맞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아서 있던 권력을 놓고 완전히 관리자로 빠져버리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기 쉬울 거 같고, 남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남이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고리를 끊고 싶지 않아서 권한을 안 놔주게 된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시스템이 없는 회사라면 이 현상은 더 힘들어지기 마련. 그래서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팀장이 기존 사업의 기득권에 발목이 잡혀 월급만 축내다 퇴사하기도 하고 새 파트장, 팀장이 아무 일도 못하고 예스맨으로 구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없애려면 담당자의 의지가 필요하다. 전적으로 상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제일 이걸 잘한 사람은 태종이다. 처음엔 병권을 안 놓아서 뒷말이 많았지만 대마도 등의 왜구를 확실히 박살내서 세종의 치세를 안정시키고 외척을 박살내서 안정적인 권력을 만들어 준 후 물러났다. 최근 사례라면 중국의 후진타오를 들 수 있겠다. 전 주석이 군 통수권을 쥐고 휘둘러서 현 주석을 쥐고 흔드는 게 관례인 중국 정치의 관례를 깨고 통수권까지 깨끗하게 이양해서 시진핑의 권력기반 안정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덕분에 시진핑 정권은 초기부터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다.


적어도 후임자에 대한 태도는 이래야 한다. 물론 사례는 정말 적어서 이렇게 깨끗하게 스스로 권력을 이양한 경우가 태종뿐이라는 게 문제이고 선조는 정 반대에 선 희한한 케이스, 결국 광해군의 몰락에 일조한 셈이 되었다. 이쯤 되면 선조는 자기 정권을 넘어 나라의 죄인이다.



태종이 말했을 것 같은, 올바른 권한 위임 방법


1. 권한 위임은 밥그릇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

만약, 세종이 성군으로 남지 않았다면 태종이 재조명받기는커녕, 형제도 무참히 살해한 악마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위임을 훌륭히 해냄으로써 본인의 치세까지 재조명받는 기회를 만들었다.


부하직원의 권한을 뺏지 마라, 줄 수 있는 건 확실히 줘라. 그 직원이 일을 잘하면 그건 상사인 당신의 공이고 당신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수단이 된다. 애초에 그 부하직원의 일 하나하나 통제해가면서 당신의 일을 잘 해낼 수가 있겠는가?


2. 권한은 명확하게 나눠라

전에 중종 편에서도 말했지만, 위임의 한도는 명확해야 한다. 안 그러면 당신의 부하는 더 아래 직급 사람들에게 물려서 일을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왜냐하면 당신이 나서서 들어 엎을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혼란을 만들지 마라. 일의 권한, 범위, 기간, 목표를 명확히 세워주고, 당신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주고 그 밖에서는 재주껏 일하게 해라. 이걸 제대로 안 해주면 부하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걸 넘어, 당신의 권한을 진짜 위협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3. 부하를 키워라

흐름으로 볼 때 태종이 굳이 병권을 끌어안은 이유는, 역량은 있으나 경험이 부족하고 워낙 속이 좋은 세종이 군사면에서 단호한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에서 미숙함을 보이기도 했고. 그러나 이 교육과정을 통해 세종은 진정한 군주로 거듭났다. 이 성공경험을 통해, 세종은 성장할 수 있었다.


부하를 키워라, 성공경험을 쌓게 하라. 도전적인 업무를 자율성 하에 시도할 수 있게 해서 조직의 발전과 당신의 업적에 기여하게 해라. 특히 요즘같이 창조, 발전이 중시되는 시대에는 하나하나 상사에게 휘둘리는 상황을 만드는 상사가 제일 못난 사람이다. 당신도 선조가 되고 싶은가?



역사 리더십 경영 매거진의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 엮어낸 <조선 리더십 경영> 이 와이즈베리/미래엔에서 2018년 11월 하순 출간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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