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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Aug 21. 2017

기사단장 죽이기와 무라카미 하루키

나르사스 북 리뷰 (1) 

1. 고등학교 때 친구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질문하길래 당시 출간된 '상실의 시대'를 빌려준 적이 있다. 그런데 나오코와 관계를 갖는 부분에서 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손을 놔버리고 말았다.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은 나오코와 팟팟팟, 레이코와 팟팟팟에서 감정을 이입하지 못하면 들어가기 힘든 책이다. 이 브런치 주인은 중1 때 출간된 수필집부터 읽어서 그의 화법에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낯선 책이었다. 건조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난해한 문장, 이 하루키의 성향은 수필집부터 시작해서 개인적인 워너비인 IQ84 그리고 바로 최신작인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친해지기 위해선 이 화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럴만한 값어치는 있다. 이 책은 무려 30년간이나 팔렸다. 최근에 나온 양장 소장본도 성황리에 팔렸다.



2. 기사단장 죽이기는 문학동네에서 출간했다. 30만 부를 찍는다기에 설마설마했는데 40만 부를 넘어가고 추가 증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50만 부도 넘어갈 듯하다. 이미 넘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하루키를 접한 브런치 주인은 이 반응이 희한하다. 중학교 3학년 때던가? 독후감을 쓰라고 했는데 마침 청계천 중고 책방에서 구한 노란 표지의 노르웨이의 숲 원서를 다 읽은 참이라 독후감을 써낸 적이 있다. 


그 내용이 아마 나오코와 XXX, 레이코와 XXX라고 했는데, 평소에 국어 선생님한테 이쁨 받지 않았다면 담임 선생님한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저 설명을 주변에 그냥 팟팟팟이라고 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때 독후감 능력에서 조금도 안 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루키의 화법, 내용에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빌려보기도 힘들어서 하루키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그냥 사서 본다.


그런데 이게 지금 한국시장 1위라니, 대체 이 하루키 팬은 어디서 솟아나는 것일까?


3. 책 시작은 건조한 남성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루키의 책은 항상 이렇다. 익숙하다. 별로 무기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남자가 건조한 시선으로 상황을 인식한다. 이런 면에서 하루키의 책은 항상 자기복제라 할 수도 있겠다. 심지어 팟팟팟, 베드신도 많다. 저자를 철저히 삼자로 두는 베드신 말이다.


이번에는 아내의 이혼 통지에서 시작한다. 이런 이야기가 성립할 정도로 이 남자는 어이없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하루키에 이입하지 못한 분들에겐 아예 권하면 안 될 것 같은 책이다.


하지만 이 남자의 건조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모험이 펼쳐진다. 하루키를 그냥 읽는, 하지만 그냥 읽는 것 치고는 꾸준히 읽는 입장에서, 이 책은 소설을 보는 재미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4. 사실 소설 리뷰를 이 이상할 수는 없겠다. 내용을 말하는 것은 소설 리뷰에선 반칙이다. 하지만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것은 화제가 된 '남경대학살'은 이 소설의 메인 테마가 아니다. 다만 이것이 훌륭한 소재로 기능해서 이야기를 만든다. 그는 뛰어난 화자다. 


뭐 이런 어이없는 남자가 다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그 힘에 끌리는 것 확실하다. 소설을 좋아하거나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책을 좋아하거나 셋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절대 후회 안 한다. 물론 하루키의 정서를 이해한다면 말이지만.


하루키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책은 40만 부를 가볍게 넘긴 메가 히트작이다. 한국의 출판시장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하루키의 낯선 정서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어루만진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5. 아, 여러분은 브런치 주인처럼 독후감을 쓰면 안된다. 독후감은 받아들인 감정을 다른 형태로 가공해서 써야 한다. 결국 다른 독자를 위한 글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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