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왜 시비를 걸지?

시비 걸지 말고 피드백을 줘라

by 지식공장장

1. 얼마 전에 모 예능에서 양현석 YG 대표의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한 아이돌 지망생에게 '28살은 은퇴할 나이, 그 나이 되도록 뭐했냐'라고 말을 한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덕담이 이어지긴 했지만 그 덕담은 묻혀버렸고 나이 공격이 부각되었다.


20171112095132895etui.jpg [사진출처 : 믹스나인]


2. 이 발언을 평가하기 전에, 아니 무엇을 하기 전에는 현상만 보고 옳다/ 그르다는 결론을 내면 안 된다.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고, 저 발언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예능이다


우선 요즘 분위기가 저런 식으로 훅 날리는 말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솔직함, 방송 자체심의를 넘어 드는 발언을 시청자가 좋아하고 열광한다. 방송을 만드는 전문가들이 이 트렌드를 모를 리가 없다. 따라서 점잖게 표현할 말도 툭툭 던지면서 사람을 쏘는 말로 바꿔서 내보낸다.


또한 현실적인 환경도 봐야 한다. 나이가 많다는 말은 아이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히 사실이다. 일부 네티즌은 YG의 박봄이나 산다라 같은 경우엔 26살에 데뷔하지 않았냐고 하지만 그건 10년 전의 환경이고 20대 초반의 아이돌도 있긴 있었다. 하지만 98년 핑클이 데뷔할 때 나이도 18~19세였고 지금 한창 뜨는 트와이스도 10대 미성년자 소녀들이다. 방송 관계자에게 아이돌은 원칙적으로 10대 때부터 기획되는 상품인 것이다. 그리고 20대 후반에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런 원칙을 무시하려면 압도적인 포인트가 필요하다. 연예인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 설현 정도의 절대적인 외모라던가, 아이유 정도의 뛰어난 가창력이라던가 소녀시대의 써니처럼 몇 마디 말로 프로그램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카리스마와 예능감이 필요하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저 방송의 내용은 아이돌이라는 상품을 구성하는 기획자의 의도, 소비자가 원하는 독설, 잘 팔리는 방송을 만드는 PD와 작가의 시야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청률 확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을 취했다. 이것은 방송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리고 양현석 대표는 성공한 전문가다.



3. 다만 양현석 대표에게도 좀 더 고쳐야 할 점은 있다. 바로 화법이다. 평상시에는 별문제 없이 쓰던 말일지는 모르나 이 화법은 주 시청자들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렸다. 그 역린은 무엇일까?


예전에 유희열 선배가 예능에서 박진영 대표, 이승철 씨가 떨어뜨린 가수 한 분을 칭찬한 사건이 있었다. 잘 안 팔리는 음악이지만 나는 그런 음악이 좋으니 열심히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것이 영향을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평가가 열광적인 반응을 얻자 다른 심사의원들의 면접스킬이 바뀌었다.


JYP 박진영 대표는 잘 안 던지던 돌직구를 더 줄이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줘야 할 면접 표현이 예술가의 영역으로 날아가긴 했지만, 이건 본인이 인식하고 면접을 더 해보면 고칠 수 있다. 가수 이승철 씨는 정 안 된다 싶으면 이건 안되니까 안되니 딴거하라고 제대로 끊는다. 표현의 문제는 있지만 엄연히 시스템을 아는 사람의 충고다. 양쪽 다 인신공격과 삐딱한 태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아이돌 프로그램의 주 시청자의 '역린'이 무엇인지 감이 올 것이다. 잡플래닛, 잡코리아, 사람인 등에서 '면접 갑질' 질문에 대한 질문이 어떤 것이 있느냐고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중에서 이 질문들은


왜 대학도 못 나왔어요?

왜 지방에 있는 대학에 간 거예요?

사진보다 실물은 별로네요.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네요.

집도 먼데 여기까지 왜 오셨어요?

왜 해외유학은 안 가고 국내 대학 나왔죠?

외동은 성격이 나쁜데 회사 생활 잘할 수 있겠어요?

그 나이 먹도록 결혼 안 한 이유가 뭐예요? = 이건 저자가 들은 질문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옮겨놨다


신입이고 경력이 고간에 저런 질문에 치이게 된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회사의 업무에 그다지 필요가 없는 내용이다. 우선 정말 업무에 필요하다면 서류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털어내게 된다. 하지만 서류통과가 되어 면접을 본다는 말은


'면접관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

과 같다. 물론 인간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짧으면 20분, 길면 1시간이나 되는 면접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업무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 현재 팀의 구성원들의 성격과 조합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봐야 하는데 그런 공부를 하고 적용해도 시원찮을 판에 서류로 레퍼런스 체크 다 끝난 걸 좋은 대학에 편입시켜줄 것도 아니고 동생 낳아줄 것도 아니면서 물고 늘어지고 있으니 이게 제 역할을 다 못하는 게 아니고 뭔가?


4. 이런 질문이 제 역할을 잘 못하는 선에서 끝나면 좋다. 하지만 문제는 지원자들의 마음에 큰 상처로 남는다는 것이다. 업무에 필요한 필수 스킬이 부족하다는 말과, 외동아들이라 성격이 더럽다는 말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자야 노력해서 쌓으면 그만이지만 후자는 이미 어쩔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렇게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영역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우리는 '시비 건다'라고 표현한다.


문제는 요즘에는 이 시비가 그 자리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가 한참 면접 보던 2000년도에는 예전에는 대기업 면접관이 책상을 발로 차도,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놔도 밖으로 새어나갈 일이 없었다. 파워블로거가 아닌 이상 이슈화하는 것은 극히 어려워서 나중에 정 문제가 되면 블로거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고소, 합의하는 형식으로 마무리 지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채용 평가를 남길 소셜미디어가 발달해서 면접이 끝난 즉시 평가가 남게 되고 이를 잠재적 인재풀이 공유하게 된다. 게다가 이슈화될 내용이면 세월이 지나도 무서운 속도로 재생산된다. 모 기업의 면접 성추행 사례는 1년에 1~2회 이뤄지는 공채 때마다 반복 생산된다.


이런 SNS의 평가가 지원자의 질과 양에 분명히 영향을 준다. 그래서 채용, 지원부서의 업무 중 하나는 채용사이트의 평판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면접 갑질을 한다는 것은


면접자를 소비자로 안보는 것이다.


이는 현실인식능력이 떨어진다는 말과 같다. 나중에 자기가 일하면서 밑에 두고 부릴 사람으로 간주하고, 부하직원들한테 하는 작태를 그대로 면접관에게 하고, 관련 교육은 이뤄지지 않으니 관습으로 유지된 것이다. 그 사람이 떨어지던 붙던 잠재적 소비자가 된다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게 고치기가 힘들다. 실무진이라면 몰라도 사장과 임원에게 페널티를 줄 수는 없으니 또 하나의 갑질이 되기 때문이다.


5. 면접장은 피드백을 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 반대를 할 때는 항상 대안을 제시하라고 배운다. 만약 양현석 대표가 이 룰대로 움직였다면


'나이가 많아서 현재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데 부른 것은 다른 가능성을 보고 싶어서다. 혹시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특기가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그쪽으로 오디션을 따로 봐주겠다.'


엄밀히 말하면 '28살 먹도록 뭐했냐'는 말과 별로 다를 바 없지만, 목적은 같지만 결과는 부드럽게 나왔다. 아마 예능으로써 적절치 못하니 저렇게 안 할 수도 있었을지는 몰라도 난 좀 면접은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믹스 나인이라는 프로그램도 단순히 예능이 아니라 면접스킬이 필요한 방송임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면접관도 공부해야 한다. 혹 면접관 경험이 있는데 저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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