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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 DAY#6

아직도 산을 운동기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by 히맨

PCT DAY#6 : 20150421

CS0056(CS in boulder field, 90.03km) to WRCS077(Scissors Crossing, 123.85km): 33.82km

1. 나는 아직도 산을 운동기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생각을 언제쯤 떨쳐버리고,

산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산과 혹은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을까??

- 08:19 고속운행 중에...


2. 정말 맛있다! 혼자 먹어도!

PCT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참 적응력이 대단하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라면 더 대박이겠다.

- 텐트 안에서 방금 지은 밥을 볶음고추장과 김자반과 함께,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3. 희종이 형은 오늘 나를 정말 걱정시켰다.

오늘 처음으로 거의 모든 운행을 본의 아니게 각자 진행했다. (잘 따라오더니 오늘 따라 내가 빠른 건지 형이 지친건지...)

쉬는 시간을 길게 잡고 기다려도 (중간 물 보충지에서) 나타나지 않아서 그냥 내 페이스대로 운행을 했다.

물은 분명 받았을 것 같아서 걱정 안했는데, 계속 나타나질 않으니...

무슨 일이라도 난 건지 참 많은 상상을 하게 했다.

'이렇게 헤어지는 건가?'

'정말 사고난 거 아냐?'

'그럼 난 다시 찾으러 뒤 돌아 가야 하나? 그러긴 정말 싫은데...'

'그냥 무시하고 진행해서 완주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까지...;;

원래의 최종 목적지인 캠프사이트에 도착했지만 그 곳은 너무 열악했고, 다른 곳을 찾아 더 운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형과 약속한 장소가 여기니... 그냥 갈 수도 없고....

자리를 펴고 앉아 매서운 바람 속에서 바람을 막아가며 스토브에 불을 붙이고 밥을 해먹었다. 거기에 커피까지 해 먹으며 거의 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30분을 더 기다린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떠나기로 결정했고,

어떻게든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자 생각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표식에 메시지를 남겨 다음 포인트로 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제로그램 로고 현수막의 귀퉁이에 메세지를 적어 작게 잘라냈고,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려 일어서는 순간...

길 위에 그가 보였다.

휴... 정말 다시 만나서 다행이었다.

형 또한 내가 물이 없어 큰일 난 줄 알고 걱정했단다. (누가 누굴 걱정...!!ㅋㅋ)

그래도 다시 만났으니 되었다.

그래도 운행은 혼자가 편한 것 같다...

- 4/21 하루를 마무리하며...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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