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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 DAY#23

"안주하고 싶어 질 때가 떠날 때이다."

by 히맨

PCT DAY#23 20150508

Mcdonald(550.72) to CS0362(582.15) : 31.43km

1. '나는 참 둔한 놈이다.'

S : "이제 출국인데 느낌이 어때?"


H : "아직 실감이 안 나는데요... 미국 가봐야 알 것 같아요."


S : "미국 와 보니까 이제 좀 실감나? 어때?"


H : "아뇨, 아직.... PCT 출발선에 서 봐야 알 거 같아요."


S : "자, 네가 그토록 바라던 PCT야. 이제 실감나지?"


H : "글쎄요. 생각보다 별 느낌없네요. 감동해서 울 줄 알았는데..."


DAY 23...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PCT가 실감나는 순간, 나는 또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이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이상이 아닌 일상이 아닐까?'


- 5/8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문득 '내가 정말 PCT에 와 있는 건가?'하며 신기해 하며....


2. 그날 밤,

그 다리를 걸어서 건널 때,

나는 행복에 젖어 바보처럼 피식 피식 웃었다.

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웃어?"


"그냥... 실감이 안 나서..."

"정말 좋아서..."


- 이어진 생각...


3. 며칠 전 Big Bear의 호텔에서 떠나는 날 조식을 먹으며,

카톡 단체 방에 쓴 한 마디.

"안주하고 싶어 질 때가 떠날 때이다."

내가 했지만 참 멋진 말...!!


4. 어제가 Fast Day였다면, 오늘은 Slow Day였다.

평소처럼 잘 출발했는데, 문득 여러 생각이 들면서 여유롭게 걷고 싶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2시간 반째 휴식없이 걷고 있었다.


여태 속도, 거리 등을 체크하며 계속 나를 채찍질했다면,

오늘은 좀 풀어주고 싶었나보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 압박없이 터벅터벅...

오늘따라 트레일에는 아무도 없다...


나한테만 집중할 수 있었다.

추워진 날씨와 내리는 눈 덕분에 금새 정신을 차리고 말았지만...

암튼 새로운 경험!!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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