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데이 2020 봄, 하이커 모임
짧지 않았던 만남이 끝났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함께 했다. 첫 만남에서부터 끌어안고 뒹구는 반가움(?)이 있었고, 침낭 속에서 낮잠을 즐기는 여유도 있었다. 매번 계획뿐이었던 백패킹은 이번에도 실행하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10명이 넘는 하이커들과 함께 뒷산에 올랐다. 한 밤중의 대규모 마피아 게임과 의리게임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마지막 날 텐트를 접고 배낭을 꾸리는 예비 하이커들은 장비 검사(?)를 당했다.
아쉬움에 결국 떠나지 못하고 눌러앉은 유닛그룹(?)도 생겨났다. 일주일을 더 함께 먹고 마시고 잤다. 지붕에 나란히 누워 별을 봤다. 함께 클라이밍도 했다. 낮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밤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매번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끌어 모으며 이 장소 안에서 벌어질 멋진 사건들을 상상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진 못했다. 잡아끌어야 할 지, 뒤에서 밀어야 할 지, 혹은 자유롭게 놓아 둘 것인지... 예비 하이커들을 위한 시간은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어쩔 수 없는 부담감에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겠다. 여전히 앞보다는 뒤가 익숙한 사람이라... 매번 고민하며 잠깐은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모두들 분주히 움직이는 속에서 섞이지 못하고 멍하게 서 있을 때가 꼭 그럴 때다. ‘과연 이 모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때가 되면 자연스레 ‘이번엔 이렇게 하고 싶다’며 다시 상상한다. 이러한 힘듦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모인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멋진 이야기와 밝은 웃음으로 가득한 모습들 그 순간순간들이 좋다. 선칠 선생님께서도 PCT 이후 이러한 만남들을 상상하지 않으셨을까?
하이커 헤븐에서 제로데이를 즐기듯 자유롭게 놀자는 한수의 말처럼,
어쩌면 나의 역할은 이 자유로운 영혼들을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안에 두는 것 그 하나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또 다시 고민하고 앉았겠지만...
아, 문득 요즘 자주 듣는 한 음악채널의 플레이리스트 제목이 떠오른다.
'답이 없다는 건 문제가 없어서 아닐까’
20200322
by 히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