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기적 같은 모든 순간

- 박웅현, '여덟 단어' 중에서

by hearida

"그래서 저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은 '순간'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에서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했어요. 순간도 마찬가지지요. 어떤 순간에 내가 의미를 부여해주어야 그 순간이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나의 삶은 의미 있는 순간의 합이 되는 것이고, 내가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나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의 합이 되는 것이에요."


- 박웅현, '여덟 단어' 중에서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일지도 모릅니다.


볼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과

무심코 걸어가는 아스팔트 길,

곁에 있는 사람의 손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어제와 똑같은 나마저도.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세요.


그 바람이 저 멀고 먼 지구 끝나라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왔다면.

그 아스팔트 길 한 구석에 단단한 지면을 뚫고

작디작은 들꽃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면.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감추고

따스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라면.


지금을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나에게 만약 내일이 없다면.


이 세상도 우리도 매일 매 순간 새로이 변하고 또 변해가요.

그 모든 것들이 당연을 가장하여

기적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또 스러져갑니다.

우리의 모든 날들,

이 기적 같은 순간들을 그저 스쳐지나 보내지 않기를.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60603092454_1_filter.jpeg Firenze, Italy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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