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발 디디고 있는, 오늘 하루를

-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중에서

by hearida

"어제와 오늘이 별다르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과 내일 사이에도

경천지동할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간에는 매듭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한하게 지속되는 그 반복성이 두려워

자꾸만 시간을 인위적으로 나누고

구별짓고 싶어한다.

아아,

그렇게 해서라도

복잡한 현재를 깨끗이 털어버리고

맑은 새날을 맞이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맨발로 폴짝폴짝 뛰어

내일을 마중 나가겠다."


-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중에서



생각해보면

예전에는요,


특별한 일을 앞둔 전날에

잠을 잘 못 이뤘던 것 같아요.


소풍 전날

생일 전날

크리스마스 전날

새해 전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세상

특별한 일들

깜짝 선물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도 특별할 것 같지 않고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으니

그럭저럭 건조하게 넘어가버리는 날들.


어느새

삶이 그렇게 되버리더라고요.


이 지루하고 복잡한 현재를

털어버릴 수만 있다면

내일을 맞이하

슝- 달려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어쩌면 점점 더

우리에게는

적어

저에게는


특별한 내일을 기대하는 일

적어질지도 모르겠어요.


더 많은 일들을 포기하고

미리 단정지어버리고

불필요한 두근거림은 덜어내며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주어진,

발 디디고 있는 오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가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알 수 없는 내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오늘

알록달록 곱게 그려갈 수 있었으면.


우리 모두,

서 있는 오늘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솜사탕처럼 달콤한

그런 고운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행복하세요, 오늘도.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60616092850_0_filter.jpeg Lisbon, Portugal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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