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기적처럼 봄이 오듯, 우리 삶에도

- 고수리,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중에서

by hearida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았을 때, 나에게 가장 그리운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피크닉을 떠났던 밤들이었다. 가장 나빴던 그 시절, 불행을 피해 떠나야만 했던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숨어든 밤 속에서 춥고 불안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때, 우리는 함께였고 세상은 거짓말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대답하고 싶었다.


그래도 우리, 나빴던 일만 있었던 것 아니잖아. 그때도 우린 행복했었어. "


- 고수리,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중에서




길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나 싶더니

이내 여름의 땡볕 아래서 땀을 흘리다

어느새 가을의 길목까지 와 버렸네요.


한 계절이 지나고

또 한 계절을 다시 만날 때마다

우주의 신비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느낌이 들어요.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너무 신기해서

저마저 새로운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지치지도 않고 찾아와 괴롭히는 고통

가슴을 짓누르는 슬픔

어깨 위로 잔뜩 드리운 절망...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저를 짓이겨

숨도 못 쉬게 만드는 밤이 이어져도


그래도

계절이 변하고 시간이 가듯이

비가 그치고 해가 뜨듯이


어느 순간에는

또 옛일이 되고

다 지난 일이 되는 거겠죠.


가을의 낙엽이 지고

겨울 되어 온 세상이 얼어붙어도

다시 기적처럼 봄이 오듯이 말이에요.


그렇게 봄이 오면

겨울의 추위는 까맣게 잊고

메마른 가지 사이로 가득 피었던 눈꽃을 기억하듯


지금의 힘듦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떠올리며 웃음 지을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거예요.


부디 우리,

먼 훗날 돌아보았을 때

잘 버텨낸 오늘의 나에게 미소 지을 수 있기를.


폭풍이 몰아친 후 하늘이 선물하는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삶의 즐거움이

우리의 하루를 가득 채워주기를.


담뿍 행복하세요, 오늘도. :)




Novo Mesto, Sloveni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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