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토 가나에, '소녀' 중에서
제가 막막하거나
이제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하는 생각인데요.
이런 장면을 한 번 상상해보세요.
파리 한 마리가 교실 안에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 파리가요,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파리는 보이는 바깥 세상을 향해 힘껏 날아가요.
하지만 아쉽게도 거기엔 창문이 있고요,
그 창문은 닫혀있죠.
파리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 창문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리고 부딪혀 떨어지기를 반복하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결국
파리는 나가지 못해요.
다 으깨어진 머리를 겨우 들어
그토록 원하던 바깥세상을 바라보다
영원히 잠들고 맙니다.
그때,
파리를 클로즈업하던 화면이 줌 아웃되면서
교실 전체를 비춰요.
그럼 그제야
파리가 죽은 창 옆에 놓인
활짝 열린 창문이 비로소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는 종종 좌절하죠.
더 이상 길이 없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그건 어쩌면
너무 조급한 마음이 눈을 가려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외줄 타기 하는 심정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한 발짝씩 걸음을 떼며
부디 떨어지지 않기만을 기도하지만
잠시 멈춰서 어둠에 눈을 익히고
지금 있는 자리를 가만히 응시하면
그게 결코 외줄 위가 아님을 알게 될 수도 있어요.
혹여
지금 깜깜한 어둠 속에서
당신이 홀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생각한다면
그 밧줄은 걱정한 것보다 약하지 않고
그 길이는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
너무 두려워 마세요.
무엇보다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암흑 속에도
분명,
묵묵히 곁에서 당신을 지탱해주고
떨어지면 언제든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사람 한 명쯤은 꼭 있을 거예요.
그러니 저,
당신의 손을 잡고 말할래요.
유키가 아쓰코에게 했던 이 말.
"아쓰코, 너는 지금 한밤중에 혼자 외줄 타기 하는 심정일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 집에 가자."
그래요,
당신은 혼자 외줄 타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 집에 가요, 우리.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행복의 장작을 가득 주워
당신 마음의 집에 따스한 불을 피워요.
그렇게
부디,
오늘도 담뿍 행복해요.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9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