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귀자, '모순' 중에서
평소보다도
유난히 즐거운,
그런 날이 있죠.
새 신을 신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긴 이야기를 나누고
서점에 가서 실컷 책 구경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배불리 먹고요.
생각해보면
기분 좋은 일만 가득했는데
하루가 저물 무렵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저릴 때가 있어요.
정말 아무것도 잘못된 게 없는데
속상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는데
되려 신나는 하루였는데
이 기분은 뭘까,
늘 궁금했어요.
이제야 생각해보니
지는 해를 보며
마음이 그리도 저렸던 건
아마
저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이들의 삶.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불 속에 던져지고도
타들어가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우리의 이 삶 말이에요.
환하게 웃고 있지만
그 뒤로 감춰진 마음이
때로는
아프고 시리다는 걸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모르는 채
서로 살아가겠죠.
그저
우리 앞의 그 웃음만
부러워하고 시기하며
자신을 더 뜨거운 불길 속으로 밀어 넣을지도요.
소의 귀를 가진 우리.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불길.
오늘,
바람이 부네요.
그 바람을 타고
불길은 더 커져만 갑니다.
부디
이 뜨거운 불길의 끝에
조금은 나아진
우리의 삶이 있기를 바라며.
당신의 마음에
오늘
시원한 비가 내려
데인 상처를 아물게 하기를.
오늘도 행복하세요, 담뿍.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