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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Oct 28. 2016

오늘, 바람이 부네요

- 양귀자, '모순' 중에서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 양귀자, '모순' 중에서




평소보다도

유난히 즐거운,

그런 날이 있죠.


새 신을 신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긴 이야기를 나누고

서점에 가서 실컷 책 구경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배불리 먹고요.


생각해보면

기분 좋은 일만 가득했는데

하루가 저물 무렵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저릴 때가 있어요.


정말 아무것도 잘못된 게 없는데

속상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는데

되려 신나는 하루였는데

이 기분은 뭘까,

늘 궁금했어요.


이제야 생각해보니

지는 해를 보며

마음이 그리도 저렸던 건

아마


저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이들의 삶.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불 속에 던져지고도

타들어가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우리의 이 삶 말이에요.


환하게 웃고 있지만

그 뒤로 감춰진 마음이

때로는

아프고 시리다는 걸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모르는 채

서로 살아가겠죠.


그저

우리 앞의 그 웃음만

부러워하고 시기하며

자신을 더 뜨거운 불길 속으로 밀어 넣을지도요.


소의 귀를 가진 우리.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불길.


오늘,

바람이 부네요.


그 바람을 타고

불길은 더 커져만 갑니다.


부디

이 뜨거운 불길의 끝에

조금은 나아진

우리의 삶이 있기를 바라며.


당신의 마음에

오늘

시원한 비가 내려

데인 상처를 아물게 하기를.


오늘도 행복하세요, 담뿍. :)






Rome, Italy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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