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지금이라는 과거가, 언젠가 나를

- 백영옥, '애인의 애인에게' 중에서

by hearida

"아마추어와 프로의 유일한 차이가 뭔 줄 알아? 시간이야. 시간 때문에 가능해지는 프로의 세계란 게 있어. 몇 년, 몇십 년을 한 주제를 관통해 작품을 만드는 열정은 희귀한 것이라,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시간의 가치는 앞으로 더 상승할 거야. 시간이 장착되지 않은 사진에는 힘이 없어.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생기지 않아."


- 백영옥, '애인의 애인에게' 중에서



회사를 관두고 나니

처음에는

갑자기 불어난 시간에

많이 당황했어요.


똑같은 24시간인데


예전에는

잠자고

회사 가고

밥 먹고


그걸로도

하루가 벅차게 지나갔거든요.


그래서

여행도 다니고

잠도 좀 푹 자고

사람들도 만났죠.


근데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더라고요.


프리랜서로 번역일을 시작했는데

그거 말고도 뭔가,

정말 뭔가 해보고 싶었어요.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저,

재주가 없는 거예요.

손재주도 없고

미적 감각도 없고요.


주변에 보면

요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뭘 만들기도 하던데


그런 건 제가 잘 못할 걸

너무나도 잘 아니까요.

노력하면 중간은 할 수도 있겠지만

저만이 가능한 걸 해보고 싶었거든요.


또, 뭐 솔직히

돈도 없었어요.

뭘 배우려면 아무래도 돈이 드는데

정말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한 번 생각해봤어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딱 세 가지가 떠올랐어요.


뭐냐면요,

책이랑

음악이랑

TV(특히 드라마)요.


책은

한글 떼고나서부터

정말 한시도 쉬지 않고

재밌게 열심히 쭉 읽어왔거든요.


음악도

귀가 뚫어지도록 듣고 또 들었어요.

사실 저,

유학 시절 전공도 음향 예술이었고요.


TV, 특히 드라마는

진짜 박사 학위 있으면 땄을걸요?

유치원 때

드라마 보고 운 기억이 아직도 나요.


제 생각에

이 세 가지는

한 삼십 년 동안 꾸준히 해온

그러니까 제가 잘 아는 분야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이것들을 반죽해서

뭐 하나를 빚어보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이나 드라마에서 문장을 차용하고

그에 대해서 제가 글을 쓰고

거기에 맞는 BGM을 넣어서

포스팅을 했어요.


그게 조금씩 알려지고

거기에서 용기도 얻고

공부도 더 하게 되고

그러다 여기까지 온 거죠.


아무리 똑똑하고

아무리 잘나더라도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단계라는 거,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야 만

비로소 진짜 내 것이 되는,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하더라고요.


지난 삼십 년 넘는 세월 동안

제가 마치

숨 쉬듯 익숙하게 해온 것들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해지는 요즘이에요.


지금이 쌓여

또 언젠가

생각도 못했던 새로운 길로

저를 이끌 테니까요.


지나온 과거가

때로는 나를 상처 내고

때로는 나를 웃게도 하고

그러네요.


지금이라는 과거가

미래의 어느 순간에

저를 상처 내기보다는

활짝 웃게 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

오늘도 아자아자!

힘내서 살아야겠어요.

성실하게 나아가야겠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오늘도 담뿍, 담뿍 행복하세요.

항상 감사해요. :)




Bangkok, Thailand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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