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중에서
어제는 오랜만에
학교를 다녀왔어요.
그 길을 처음 갔던 날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요.
2001년 2월 5일.
전날 내린 폭설로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걷던
스무 살의 저도 떠오릅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바뀌었네요.
모든 게.
그 길도
길을 둘러싼 풍경도
그 풍경 속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제가요.
그때는
이해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았어요.
세상은 왜 이렇게 돌아가며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저런 말을 하며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사는가,
그런 것들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이 이해해버렸나 봐요.
이해라기보다는
무관심과 외면이겠죠.
불합리하고 몰지각한 것들에 대해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닌지.
학교 다닐 때
도서관이나 강의실보다는
학생 회관이나 벤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공부는 안 하고
불량 학생이었죠, 뭐.
그래도 다행히
여전한 곳들이 있었어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에서
익숙한 흔적을 찾으니
참 행복하더라고요.
제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두었던
스무 살의 흔적이
함께 고개를 들었습니다.
조금 더
정직하고
조금 더
의문을 가지고
조금 더
따스하게 살아야겠다,
다시 한번
다짐했어요.
오늘은 날이 흐리네요.
여러 이유로
마음까지 흐린 날들이 계속되지만
그래도
그 사이로
말간 햇살이 고개를 내밀고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런
고운 하루 보내시길.
부디,
담뿍 담뿍 행복하시길 바라요.
감사해요,
언제나 언제나요.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