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빛은, 꺼지지 않죠

- 안토니오 솔레르,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중에서

by hearida

"나는 생각했다. 내 삶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별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별이 죽기 전에 내뿜은 빛은 아직도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찬란함은 잃어버렸을지 모르나 아직도 희미하게나마 살아 있어 내 길을 계속 비춰줄 것이다."


- 안토니오 솔레르,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중에서



저는 좀

편식이 심한 사람이에요.


먹을 때도

못 먹는 게 참 많아요.

그 몸에 좋다는 표고버섯(을 비롯한 대부분의 버섯), 두유 등등

가리는 게 참 많죠.


사람도

안 맞는 사람이 그리 많네요.

저에게 지인은 없다고 누차 말씀드렸는데요.

성격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저.


책도 그래요.

좋아하는 책만 몇 번씩 읽고 그래요.

활자로 된 건 다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소설을 많이 읽게 돼요.


그런데 요즘

세상이 요지경이잖아요.

말도 안 돼, 하는 일들이

눈뜨면 사실로 펼쳐지는 날들이에요.


뭔가

술을 잔뜩 먹은 다음날

눈을 딱 뜨면

천장이 무서운 속도로 돌잖아요.


지구의 자전을 온몸으로 느끼듯이

막 세상이 핑핑 도는,

요즘 제가

딱 그래요.


너무 어지러워서

중심을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뭐가 잘못되고 뭐가 문제인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제일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읽는 거잖아요.

그래서

결국 또 책을 잡았어요.


한국의 역사,

그중에서도

현대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역사,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맨 숫자만 달달 암기하는 것 같아서요.

몇 년에 무슨 일, 몇 년에는 어떤 사건, 이렇게요.


그런데 지금은요,

너무너무 재밌어요.

한 페이지에 적힌 사건을 이해하느라

검색하고 찾아보다 몇 시간이 지나거든요.


책 한 장 넘기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데도

그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재밌어요.


그리고

재미의 한 편으로

가슴을 에일듯한 아픔이 있어요.

부끄러움과 속상함도 있고요.


제가 제목만 알던

한 귀로 듣고 흘렸던 그 사건들 안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공부하면 할수록

더 알고 싶고

아직 뭐라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작은 사명, 같은 것도 생기네요.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순간도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지난 시간, 과거로

슥- 흘러가버려요.


되돌릴 수도 어찌할 수도 없는 과거지만

그 과거의 빛은

여전히 시간을 거슬러

제 발 앞을 비춰 갈 길을 일러주네요.


오래전에 스러져 간 별들이

여전히 내뿜는 빛,

그 빛이 가리키는 곳에 담긴 이야기들에

더 귀를 기울이려고 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과거로 떠나가는 제 별의 빛이

탁해지지 않도록

저를 더 갈고닦으려 해요.


가로등 불빛이 꺼지면

깜깜한 어둠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면

고운 별빛들이 반짝거려요.


그 빛은 꺼지지 않죠.

우리가 보낸

고운 빛이

어둠 속에서도 우릴 밝혀줄 거예요.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힘, 내려고요.

우리 모두

힘, 내요.


그리고

부디 담뿍,

담뿍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해요, 항상. :)



Istanbul, Turkey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