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중에서
나이가 들었다는 걸 언제 느끼냐고 물으신다면
요즘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과거의 유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때나
심지어 그것과 함께 했던 추억까지 소상히 떠올릴 수 있을 때,
그런 때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차를 타고 가면서 만화 '피구왕 통키' 주제가를 완창 하거나
졸업앨범을 들여다보다 다모임, 아이러브스쿨이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소식이 끊긴 친구를 찾아 다시 만나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소홀해지다 멀어지고 마는,
제 스무 살 그즈음엔 그런 일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엔 보고 싶은 사람은 쉬이 볼 수가 없는데
원치 않는 사람들은 지우고 싶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네요.
SNS나 메신저에
이제 그만 지워버리고 싶은 이름이나 얼굴, 세세한 소식까지
아무리 삭제하고 차단해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떠오르는 거예요.
정말 이젠 알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마주할 때마다
가라앉아있던 흙탕물이 다시 마구 뒤섞여 마음이 혼탁해지는데.
사람이든 사랑이든 추억이든
마음속에 계속 품고 닦아줘야 빛이 나는 법이죠.
마음에서 힘을 잃은 것들은 제 아무리 찬란했다 해도
이제 쓸모없는 고철에 지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을 처리할 수 있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미처 떠올릴 수조차 없게 지우고 잊어낼 기회를 주었으면,
모든 게 참 쉬운 요즘에 바라고 바라봅니다.
지금 지니고 있는 소중한 것들만 마음의 방에 곱게 두고
품고 닦고 아껴주며 그 빛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켜가고 싶은
새로운 한 해의 두 번째 날이에요.
오늘은 원치 않는 기억들은 모두 잊고
마냥 담뿍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언제나 언제나요.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