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곱게 나이 들고 싶어요

- 서머셋 몸, '달과 6펜스' 중에서

by hearida

"그러나 어떤 사람이라도 글이나 그림 속에서는 거짓 없는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다. 겉모습은 다만 그 사람의 공허를 더 폭로할 뿐이다. 색을 칠해 철판처럼 보이게 해도 나무는 어디까지나 나무에 불과하다. 아무리 허세를 부리더라도 바보 같은 정신을 숨길수는 없는 것이다."


- 서머셋 몸, '달과 6펜스' 중에서



일어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

거울을 보니 아직도 베갯자국이 볼에 선명하네요.

예전에는 금방 지워졌던 것 같은데, 하며 툴툴거리니

엄마가 '너도 이제 늙은 거야' 하세요.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반박할 여지없는 사실이라

괜스레 거울에 얼굴만 자꾸 비춰보네요.


아무래도 조금 겁나요.

나이가 든다는 거요.


며칠 전에 TV에서 하는 특집 방송을 봤는데 갱년기에 관한 거였어요.

의외로 재밌어서 열심히 보다 나이를 계산해보니

한 10년 후면 저도 갱년기에 접어들더라고요.

아직 한참 먼 훗날의 일로만 알았는데 고작 10년 남았다니,

나도 이제 진짜 적은 나이가 아니구나 하는 자각에

세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얼떨떨하대요.


그렇게 다소 서글픈 마음으로 계속 보는데 흥미로운 내용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사실 갱년기가 되었기 때문에 새롭게 문제가 되는 건 그렇게 많지 않대요.

다만 지금까지 쌓였던 것들을 풀어내는 긍정적인 호르몬이 줄어들어서

마치 댐이 터지듯 화도 병도 폭발해버리는 거래요.

그래서 건강하게 지내면서 행복한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또 나이가 들면 기억력도 체력도 떨어지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그 대신 경험도 많아지다 보니 포용력이나 이해력은 더 좋아진대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TV를 끄면서 나이 드는 일이 쉽지 않구나 했어요.

그래도 되도록 시간이 갈수록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을 텐데.

대화를 할 때는 말을 줄이는 대신 더 많이 들어주고

생각을 강요하고 설득하기보다 상대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말이에요.

무엇보다 화도 병도 폭발해버리기 전에 적당히 털어내고 지우고 풀어내야겠죠.

설령 긍정적인 호르몬이 줄어들어도 긍정적인 생각들이 마음에 가득 남도록

기분 좋은 매일을 보내야겠어요.


오늘 저는 병원이에요.

환자복을 입고 있으니 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같고요.

어쨌든 곱게 나이 들어가려면 건강부터 챙겨야겠죠.

우리 모두, 매일매일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담뿍,

담뿍 행복했으면 합니다.


항상

많이 감사해요.

진심으로요. :)



Barcelona, Spain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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