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늙어가는 건 슬픈 거라지만

-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중에서

by hearida

"육체는 소멸하고, 친구들은 죽고, 모두가 당신을 잊는다는 것을. 끝은 고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노인들도 젊었던 때가 있었음을, 인생의 시간이란 가소로운 것임을, 스물이 엊그제 같아도 내일모레면 여든이 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중에서



그런 말이 있죠.

스무 살의 시간이 20킬로로 흐른다면 여든 살의 시간은 80킬로로 흐른다고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일 년이 엄청 길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정신 차려보니 12월도 벌써 이만큼이나 지났어요.

이 속도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싶은데

종종 아무 생각도 못하고 멍해진 저를 발견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어요.

왜 자꾸 시간이 빨리 갈까.


며칠 전에 일이 있어서 해남에 다녀왔거든요.

엄청 멀더라고요.

아무리 달려도 해남은 나오지 않고, 고창 고인돌 휴게소를 지나서 목포도 지나서

정말 한참 달리고 달려서야 도착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돌아올 때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더라고요.

금방 목포고, 고창 고인돌 휴게소고 그렇대요.


그러다 깨달은 건데요.

예전에는 세상에 모르는 게 참 많았잖아요.

안 가본 곳과 못 겪어본 일, 처음 보는 사람들로 가득했죠.

그런데 이제는 많이 가보고 겪어보고 만나봐서 그런지 새로운 게 별로 없어요.

그렇게 매일 익숙한 것들과 함께하다 보니 나이 들수록 시간도 빨리 가는가 보다 싶어요.


해남 내려갈 때와 올라올 때의 속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첫 출근하면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죽어도 안 오듯

여행을 가면 하루 해가 진짜 길듯이 말이에요.

아, 시간을 좀 느리게 살려면 미지의 세계로 나를 던질 필요가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익숙한 것들은 내 안에 두고 새로운 것들에 손을 내밀어야겠다 싶었어요.


늙어가는 건 슬픈 거라지만

몸도 약해지고 걸음도 느려지고 고독해져서 할 수 없는 것도 많아진다지만

겁내지 말고 용기 내서 도전하다 보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요.


나이라는 숫자와 상관없이 모두 공평하게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담뿍, 행복하시길.

감사해요, 항상. :)


Rome, Italy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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