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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Jan 22. 2017

사랑스런 나의 숙제, 나의 엄마

- 엄마는, 그런 사람인가 봐요

사실,

엄마는......


엄마는 그래요.

제 삶의 전부이기도 하고

제 편이기도 하고.


가장 큰 힘이자

가장 큰 적이자

가장 큰 사람.


누구보다 편하면서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

누구보다 보고 싶으면서

만나면

누구보다 답답하게도 만드는 사람.


제가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됐어요.

신기한 게 밤에 굉장히 잠이 잘 오거든요.

원래 불면증이 아주 심해요.

그것 때문에 약도 오랫동안 먹고 있고요.

그런데 옆에 누운 남편이 귀에다 대고 코를 드렁드렁 고는데 잘 자는 거예요.

뭐, 그 큰 소리조차 아직은 음악으로 들릴만큼 달콤한 신혼이기도 하지만요.


이상해서 친구 강여사에게 얘기를 했더니, 이런 말을 하대요.

그건 어머니 영향도 있지 않아?

그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죠.


엄마랑 같이 있으면 정말 편하고 행복하고 좋기도 한데요.

또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거든요.


저희 엄마는 아직도 제 가능성을 믿어요.

그러니까,

딸을 엄마의 잔소리로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그걸 엄마의 의무라고 생각하시고요.


그래서 저를 보면 정말 끊임없이, 엄청난 양의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전체적으로 제 모든 것에 대해서.

앉는 자세나 먹는 것, 입는 것부터

나아가 습관이나 가치관, 취향까지요.


함께 24시간을 같이 보낼 때는 그걸 미처 소화해 낼 시간이 없었어요.

너무 많으니까.

너무 자주라서.

그러니까 무의식 중에 자는 시간을 줄여서 그걸 소화해 내려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지금 제가 사는 곳이 서울이 아니에요.

남편 직장 있는 곳으로 내려왔거든요.

처음에는 부모님만 두고 떠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참 무겁더라고요.


예전에 공부하느라 오래 떨어져 있었는데요.

그때는 몰랐거든요.

부모님도 젊으시고 저도 어렸잖아요.

이번에는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도무지 마음이 안 놓이는 거예요.


근데 떨어져 있으니까요.

오히려 엄마와의 관계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제가 받아들일 시간이 충분한 거예요.

덕분에 엄마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고요.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되었어요.


뭐, 멀리 온 건 아니라서 자주 뵈러 가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들르는데요.

엄마 아빠랑 점심 먹고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같이 걷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집에 돌아오는 거죠.


그런데 엄마는 아무래도 그게 내심 서운한 모양이에요.

자고 갔으면 좋겠나 봐요.

좀 더 오래 같이 있었으면 좋겠는 거죠.

그래도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왜냐면요.

만약 남편이 그런다면 엄청 서운할 것 같거든요.

아버님 어머님 뵙고 나서 혼자만 자고 오고 그런다면요.

남편이 해서 서운할 것 같은 일은 저도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해요.


또 이제는 남편과 같이 있는 집이 제 집이잖아요.

하루만 집을 비워도 집안 곳곳이 다 걱정이 되대요.

그래서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아직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이거 분명 엄마가 들으면 엄청 서운할 거예요.


엄마 마음 잘 알죠.

떠나는 딸의 뒷모습을 끝까지 놓지 않는 엄마의 그 마음이 어떤지.

제가 왜 모르겠어요.

그런 엄마를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리는 게 저도 쉽지는 않아요.

너무너무 슬프고 미안하고 안쓰럽고.

또 돌아서면 바로 보고 싶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요.

너무너무 홀가분하기도 해요.

참 이상하죠.

그게 영원히 풀 수 없는 엄마와 딸인 건가 싶고.


계속 붙어있을 수도

또 아주 떨어질 수도 없는 것.

적당한 거리가 없는데

계속 그 거리를 찾아 헤매는 것.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그리워하는.


너무 가까워서

생각만 해도 아리고

작은 가시에도 에일 듯 아프고

다가가다가도

어느 순간 뒷걸음치며 멀어지는.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또

보고 싶으니까

다시 찾게 되는.


모르겠어요.

그냥, 엄마는......

엄마는 영원히 그런 사람인가 봐요.


엄마와 제가 완벽하게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건,

참 어렵네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요.

하지만 멈추지 않을래요.

언젠가, 답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그때까지 엄마,

만나러 갑니다.

사랑해요.

나의 이여사. :)



 

지난 가을 익선동에서, 이여사의 숨막히는 뒷태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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