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용기

- 가와이 하야오,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중에서

by hearida

"살아가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합니다. 그렇게 성장하기 때문에 실패는 곧 발전입니다. 그래서 엄청난 발전은 동시에 큰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 고통을 잘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사람은 '살아간다'는 큰일을 해나갑니다."


- 가와이 하야오,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중에서



몇 년 동안

여행을 가느라 자리를 비웠을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게으름을 피우고 있네요.

아침 글쓰기요.


결혼식이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어요.

맙소사,

진짜 하긴 하네요.


생각 같아서는

통장의 잔고를 탈탈 털어

비행기표 한 장을 사서는

멀리멀리 도망가고 싶은데


흐음,

그럴 수는 없겠죠.

신랑이 이 생각을 알면

이단옆차기를 할지도 모르겠어요.


슬퍼서가 아니라

혼자 내뺀다고,

혼자 살러 간다고,

심술 나서 그럴 겁니다. 분명!


요즘 혼자 열심히 중얼거리는 말이

'결혼은 미친 짓이고

결혼식은 더 미친 짓이다'

이거 거든요.


정말 보통 일이 아니네요, 휴우.

생각할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아서

온몸이 너덜너덜 해졌어요.


덕분에 지난주엔 크게 아파서

꼭 해야 할 일을 빼놓고는

거의 누워서 골골 댔어요.

아, 정말 비루한 몸입니다! ㅠㅠ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예상도 못한 변수들을

수도 없이 만나 좌절하고

정말 많은 실패를 하고 또 했어요.


다시 한번 준비한다면 안 할 실수도 많지만

만약 다시 해야 한다면

이번엔 진짜 도망가버릴지도 모르니

그냥 모자란 건 모자란 대로 남겨둬야죠.


뭐, 일단

결혼식을 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실패일지도 모른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신랑 미안! 결혼이 아니고 결혼식;;; ㅎ)


그래도 실패가 발전의 전제조건이라면

도대체 이 실패 뒤에

얼마만큼의 발전이 있을까,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고백할 게 있는데요.

저, 아침에 눈뜨는 게 여전히 무서워요.

서른여섯이 된 지금도

신랑이 곁에 있는 요즘도.


잠이 들고 다시 깨는 게 겁이 나요.

마음에 칼을 품을지 모르는 사람들과

어쩌면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는 오늘을

마주하는 매일이 그래요.


나 혼자도 감당이 안 되는 세상인데

또 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리는 것도

모든 게 미지수라 너무 두려워요.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으니 한 번 살아보자,

매일 아침 그렇게

저에게 이야기합니다.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아픔이 있더라도

설령

그럼에도 발전하지 못한다 해도


매일 아침

세상을 향해 다시 기지개를 켜는,

우리는 그런 용기를 지녔으므로

그렇게 살아가므로


모두 대단하다고

믿고 또 믿어요.

'살아간다'는 큰 일을

이렇게 매일 해내고 있으니.


그러니 부디

당신의 매일이

담뿍 담뿍 행복하기를

바라고 또 바랄게요.


실패에 무너지지 않는

오늘 되세요.

감사합니다,

항상 진심으로. :)




Ljubljana, Sloveni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