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에서
지난 주말에는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지구의 하늘 위에 가득 떠올라
지면의 바다로 풍덩,
떨어지는 밤이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작년 이맘 때도 그랬지요.
유성우를 생각하며 한없이 들뜬 마음으로
유유와 손을 잡고
늦은 밤 산길을 달렸지요.
하지만 산 꼭대기까지 오른 후에도
페르세우스 유성들이
풀잎에 고인 이슬처럼 톡톡,
하고 떨어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어요.
그 대신 그곳엔
유성우를 찾아 그 높은 곳까지 오른
또 다른 이들이
함께 온 사람들의 손을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결혼 전이었던 유유와 저처럼
연인도 있었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도 있었고
삼대가 모인 가족도 있었고
한 무리의 친구들도 있었어요.
결국 모두
원하던 것은 보지 못했지요.
대신 한껏 고개를 젖히고 있던 탓에
괜스레 목 뒤만 툭툭, 치며
투덜거리다 내려갔지만
그 밤,
하늘에 별 하나 없이도
사람들의 눈은 밝게 빛났고
유성우가 비껴간 자리엔
미소의 여운이 가득 남겨져있었어요.
둘이서 밀린 일들을 해치우고
늦은 밤 거실에 앉아 차를 홀짝이다
문득 아침에 본 뉴스가 떠올라
곁에 엎드려 있던 유유에게 말했어요.
"참, 오늘도 작년처럼 유성우가 내린대."
유유는 산에 오르는 대신
베란다 창을 활짝 열었어요.
그리고
둘이 나란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지요.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보이지 않았고
전날까지 높이 뜨던 달조차
구름에 가려
밤하늘은 마냥 까맣기만 했어요.
결국 보이는 거라곤
아파트 앞 동의 어두운 통로와
군데군데 불이 켜진 창뿐이었지만요.
그 밤, 저희를 둘러싼 어둠의 정적은
이야깃소리 웃음소리에 쉽게 깨어졌어요.
내년에는 유성우를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다
창을 닫고 거실로 돌아와
제 할 일에 몰두해서
입을 앙 다문 줄도 모르는 유유를 돌아보니
그만 풋, 하고 웃음이 나왔네요.
누군가에게
계속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다면
그게 이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유성우를 못 봐도,
어쩌면 그게 평생이라 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이 사람이 곁에 있으니까
그래, 나는 괜찮다고.
별처럼, 아니 그보다 더
빛나고 따뜻한 사람이
매일 묵묵히 나를 비춰주고 있으니
하늘의 별은
너무 욕심내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이에요.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비구름 사이를 지나가며
무더위도 함께 데려갔나 봐요.
오늘 아침 공기엔
조금 시원한 바람이 섞여 있습니다.
그 바람 끝에 비도 있네요.
부디 우리 어깨에 닿는 그 빗방울에
고운 행복이 담뿍, 담뿍 맺혀
이 하루를 힘껏 적셔주기를.
감사해요, 오늘도.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