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주문을 외워봐요

- 오가와 이토, '츠바키 문구점' 중에서

by hearida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목 너머로 별이 반짝거렸다. 그러자

"내가 말이지, 포포한테 한 가지 좋은 것 가르쳐줄게."

바바라 부인이 말했다.

"뭐예요, 좋은 게?"

"내가 줄곧 외워온 행복해지는 주문."

바바라 부인이 후후후 웃었다.

"가르쳐주세요."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이라고 하는 거야.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것만 하면 돼. 그러면 말이지 마음의 어둠 속에 점점 별이 늘어나서 예쁜 별하늘이 펼쳐져."

"반짝반짝, 이라고 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응, 간단하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이걸 하면 말이지,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전부 예쁜 별하늘로 사라져. 지금 바로 해봐."

바바라 부인이 그렇게 말해주어서 나는 그녀에게 팔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천천히 걸었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던 마음속 어둠에 별이 늘어나서 마지막에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마법 같아요."

"그렇지? 이 주문은 아주 효과가 좋으니까 써봐. 내가 주는 선물이야."

바바라 부인이 속삭이는 목소리에 감사합니다, 하고 나는 별을 보느라 건성으로 대답했다."


- 오가와 이토, '츠바키 문구점' 중에서



날이 많이 추워요.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살포시 열었더니

밤새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에

기지개도 잊고

잠시 멈칫, 했네요.


살다 보면

마음이 많이 추운 날이 있잖아요.

사는 게 왜 이럴까 싶어

나만 이러나 싶어

심장이 잠시 멈칫, 하는 그런 날.


그럴 때 보통 저는요,

그냥 가만히 있어요.

숨죽이고 바닥에 딱 붙어 있으면서

그저 시간이 모든 걸 데리고 가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면서

종종 마음이 흐릿하고 어지러워질 때면

저를 좀 다독이고 싶어 져요.

그런데 명상은 어렵고

기도는 도통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걸 어쩌나 하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얼마 전부터

'감사합니다' 하고

매일 오백 번씩 노트에 쓰고 있어요.


살아있어서

이곳에 있어서

당신과 있어서

나는 이렇게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이에요.


우리, 힘들 때마다 마음을 토닥이는

주문 하나쯤 가지면 어떨까요.

저처럼 '감사합니다' 여도 좋겠고

츠바키 문구점의 포포나 바바라 여사처럼

'반짝반짝'이어도 좋겠죠.


찬 바람이 불 때 코트를 꼬옥 여미듯

지친 순간에 그렇게 되뇌면 좋겠어요.

어쩌면 그 주문이

마법처럼 아주 강력한 힘이 있어서

정말 좋은 날들을 가져다 줄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기대를 하며 이 추운 날들을

아무쪼록 잘 헤쳐나갔으면.

그래서 기적처럼 우리의 매일이 담뿍

담뿍 행복했으면.

그런 오늘이었으면.




Chiang Mai, Thailand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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