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쿠니 가오리,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중에서
한때는 전부였던 노래가
어느 날 갑자기
너무나도 낯설게 다가오는,
그런 순간이 있어요.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살다
불현듯 다른 음악 사이에서
튕겨지듯 흘러나온 그 노래에
잠시 멍하니 귀를 기울입니다.
아, 그렇지.
이 노래를
나는 무척이나 사랑했었지.
그런 때가 있었지.
그러다 곧 뒤를 이어
마치 마대자루 끝에
방 한 구석 묵은 먼지가 딸려 나오듯
누군가가 따라 나왔어요.
그 시절엔
잠 못 드는 새벽 침대 위에서
가사를 곱씹고 곱씹다 기어이 눈물이 터져
결국 온 밤을 새기도 하고
버스에 올라
차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어폰에서 무심히 흘러나온 전주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는데
이제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네요.
노래는 그저 노래가 되어
그대로 귀에 담겼다 흩어졌어요.
먼지가 끝내 버려지듯
음악이 끝나는 순간
그 사람도 다시
기억 저편으로 지워지네요.
노래가 마치 내 이야기로,
노래가 더 없는 슬픔으로,
노래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으로,
꼭 그렇게 들릴 때가 있어요.
너무 괴로워서
외면하고 귀를 막아봐도
결국 다시 찾게 되는 그 노래가
한 때는 무척이나 원망스러웠어요.
하지만
그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
마실 수 없는 술,
일어나지 않는 일이 있듯
그때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것도 있죠.
그때가 아니면
들리지 않는 노래가 있죠.
노래가
노래로만 들릴 때
비로소,
진짜 이별인가 봐요.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