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이제 혼돈에서 눈을 돌려요

-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중에서

by hearida

"혼돈을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


-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중에서



또 한 해가 시작됐네요.


언제부턴가

하나 더 늘어버린 나이를 새는 것도

또 그 나이에 놀라는 것도

참 귀찮기만 해요.


카운트다운을 하고

폭죽이 터지고

소란스레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오는데

이게 그럴 일인가 싶더라고요.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에

뭐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사이에 지구가 반으로 쩍, 하고

쪼개졌다 붙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해놓고

새해라고 하니

마음 한 구석은 또 설레나 봅니다.


구석구석 공들여

쓸고 닦고 청소하고

먼지를 털어내

버릴 것은 버렸어요.


헌 달력을 치운 자리에

새 달력을 걸고

지난 다이어리는 서랍에

새로 산 다이어리는 책상에 올려뒀고요.


해내지 못한 지난 계획들은

쓱쓱 지워 미뤄놓고

다시 하나씩

새로운 목표들을 적어보네요.


그렇게

어제와 다를 바 없지만

또 많은 것이 달라진 오늘을

새삼스레 살아내고 있어요.


돌이켜보면 저,

지난 시간들 안에서

늘 멀미하듯 그렇게

어지러웠던 것 같아요.


많은 부침을 겪고

수없는 실패와 문제들에 상처 입으며

주변의 공허한 소리에

참 많이도 날카로운 날을 세웠어요.


그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었을 텐데

행복도 성공도 좋은 일도

분명 있었을 텐데

너무 그곳만 바라보았던 건 아닌지.


이제

혼돈에서 눈을 돌려

나의 중심을

잘 바라볼 때인 것 같아요.


새로운 한 해

헌 것들은 모두 털어내었으니

그 자리에 흔들림 없이

나라는 삶을 잘 살아내기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좋은 것만 바라보며

담뿍 담뿍.



Sibenik, Croati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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