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지금 이 곳에서 가장 행복하기를

- 최고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중에서

by hearida

"집을 가꾼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을 돌본다는 이야기와 닮았습니다. 방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어느 구석, 어느 모퉁이 하나도 대충 두지 않고 정성을 들여 돌보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삶을 대하는 방식이자 행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최고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중에서



이사를 한 지 딱 일주일이 됐네요.

집을 옮긴다는 건 정말 큰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지난번 집은 모든 게 처음이었어요.

첫 신혼집이자 첫 우리 집이었죠.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시작하자 마음먹고

힘들게 구한 집이었어요.


그래서 아주 오래되고 또 작고

아침이면 물기가 방구석 구석 차올랐지요.


불필요한 데 돈 쓰지 말자며

필요 최소한만 두고 살았네요.


그래도 정말 좋았어요.

유유와 저의 첫 보금자리.


매일 한 시간씩 공들여 청소하고

벽과 천장까지 닦으며 사랑했던 집이었어요.


그러니까 사실 낡고 좁은 건 문제가 아니었어요.

정작 절 괴롭힌 건 소음이었죠.


예민해서 일부러 가장 꼭대기층을 구했는데도

옆집 아랫집 소리가 끊임없이 절 힘들게 했어요.


산책도 해보고 명상도 해보고 화도 해보고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조금 일찍 이사를 결정하고

지난주 금요일에 이곳으로 왔어요.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집인 데다

넓고 더 깨끗하고 창으로 보이는 풍경도 멋져요.


물론 진짜 저희 집은 베란다 정도고

나머지는 다 은행 거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좋네요.


뭐, 사람 사는 곳이니 소음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조금 더 제 마음을 잘 다스려 보려고요.


지난 일주일 동안은 유유가 일 하는 사이에

열심히 정리하고 단장하느라 바빴어요.


이제 이 곳에서

이번에는 유유와 저와 튼튼이(그리고 몽실이도!)의 삶을 시작합니다.


어느 모퉁이 하나 허투루 두지 않고

정성을 들여 애정을 담아 집도 삶도 가꿔나가려고요.


여전히 물건은 필요 최소한만 지니자고 생각하지만

꼭 필요한 건 가장 저다운 것으로 채워가면서요.


항상 먼 곳으로 떠나 여행하는 꿈을 꾸지만

늘 머무는 곳을 아끼고 사랑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이 보금자리에서 저, 오늘도 최선을 다할게요.


모두 각자 머무는 바로 그 자리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Rothenburg, Germany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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