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당신이 도착하는 곳에서

-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중에서

by hearida

"'떠난다'라는 말은 필연적으로 '도착한다'라는 말에 도착한다. 어떤 곳에도 도착하지 않는 유목민은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떠나기만 하는 여행자도 없다. 우리는 떠난다. 그리고 반드시 어딘가에 도착한다. 그것이 여행자의 숙명이다. 문제는, 어디에 도착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여행을 떠났지만 여행지에 도착하고 싶지 않았다. 일상에 도착하고 싶었다."


-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중에서



단어에도 짝꿍이 있어요.

예를 들면,

'열다'와 '닫다'나 '일어나다'와 '앉다'

또는 '읽다'와 '쓰다'나 '쥐다'와 '놓다'

그리고

'떠난다'와 '도착한다' 같은.


가끔 국어사전을 펼쳐 단어 하나하나 살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이런 바람이 생겨요.

이 단어의 짝꿍이 이거였으면 좋겠다 하는.


그러니까

'말하다'의 끝에 '경청하다'가 있었으면

'사랑하다'의 마지막은 '행복하다'였으면

'바라보다'의 곁에 '눈을 맞추다'가 머물렀으면

'용기 내다'의 다음은 '미소 짓다'가 왔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거예요.


우리는 매일 떠나고 도착함을 반복하죠.

침대에서 떠나 학교나 회사로 도착하고

익숙한 부모의 품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도착하며

그렇게 지금 이 곳을 떠나

언젠가 이 곳이 될 그곳에 도착합니다.


부디 오늘 당신이 소리 낸 말과 건넨 마음이 고운 답과 짝 지을 수 있기를.

당신이 도착해 머무는 자리가 부디 따스하기를.

아무쪼록 담뿍 행복하기를.


Bangkok, Thailand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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