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자,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중에서
저는 엄마하고 아주 가까운 편이에요.
어려서는 엄마가 많이 바빠서 데면데면했는데
되려 커서 엄마랑 껌딱지가 됐지요.
제가 그리 현명하지 못하고
나이를 먹어서도 철이 덜 든 편이라
시시콜콜 별 것 아닌 일도 엄마한테 다 얘기하곤 해요.
결혼하고 멀리 떨어져 살게 됐는데
여전히 하루 세 번 이상은 통화하거든요.
그때마다 자잘한 고민 같은 건 스스럼없이 말해요.
그런데 그렇게 다 얘기하는 저도
정말 힘든 일, 아주 큰 걱정 같은 건
오히려 엄마에게 얘기를 못하는 것 같아요.
그저 자잘한 일에 투정이 많을 뿐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는 어리디 어린 딸로
엄마에게 언제까지나 그렇게 생각되었으면, 하는 거죠.
늘 딸로만 살던 저도
이제 내일이면 한 아이의 엄마가 돼요.
작디작은 저의 보석, 딸이 태어나는 날입니다.
언젠가 저의 아이도
괜찮다, 잘 지낸다며
아무렇지 않게 제게 거짓말을 하는 날이 오겠죠.
보이지 않는 수화기 너머로
흘러넘치는 눈물을 삼키며
자신을 걱정할 저를 걱정하는 그런 날도 오겠죠.
머리로는 아는데
아무래도 부디
그런 날은 오지 않았으면 해요.
만약 온다면
우리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걱정과 안부를 묻는
수억 개의 밤을 보낸 후의 일이었으면.
제게는 두 개의 마음이 있나 봅니다.
엄마가 저를 매일이 하염없이 즐거운 아이로 여기도록 하고픈 마음과
나의 아이가 매일이 마냥 즐거운 아이로 진정 머물러줬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합쳐져 또 어른이 되나 봅니다.
자라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달리
세상은 가만히 등을 떠밀어 또 한 발 앞으로 보내네요.
그래도 우리
가끔은 안 괜찮다 투정 부릴 수 있는
그런 아이였으면 해요.
세상 모든 자식은
존재 자체로 꺼지지 않는 기쁨을 드리고 있으니
가끔은 마냥 응석받이 아이가 되었으면.
그렇게 모두 가끔은
홀로 외로이 슬프지 않고
한없이 따스한 품에서 담뿍 행복했으면.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