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바람보다 해를 기억하는 오늘이 되기를

- 오가와 이토, '반짝반짝 공화국' 중에서

by hearida

"다카히코를 배웅한 뒤, 멍하니 밖을 보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햇볕 속에서 나비가 날고 있다. 나는 것이 즐겁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나비는 팔랑팔랑 허공에서 춤을 춘다. 설마 자신이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건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행복을 온몸으로 나타내고 있다.

나비도, 다카히코도, 큐피도 마찬가지다. 다들 생명체로서 살아가고 있다."


- 오가와 이토, '반짝반짝 공화국' 중에서



한때 저는

꿈과 화려한 생활을

같은 말이라 여겼어요.


꿈이 뭐냐고 누가 물어볼 때면

마치 벌써 다 이루기라도 한 듯 으스대며

멋진 직업을 말하곤 했는데


생각해보면 정작 그 일보다는

그것이 주는 화려한 생활을

더 동경하고 바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원하는 일을 하게 되고

꿈꾸던 삶에 가까워진 후에도

저는 행복해지지 않았어요.


되려 더 욕망하고

자신을 더 깎아내리며

아등바등 조급한 마음뿐이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제가 누리는 매일이

더할 나위 없이 참 좋아요.


일부러 나를 꾸미거나

속에도 없는 말을 하거나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이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꼭 필요한 것들만 곁에 두고

그 어느 때보다 나답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물론 가끔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게 오늘에 이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구나 생각하면

별로 아쉽지도 속상하지도 않아요.


저는 지금

누구에게 보여지는 걸 아랑곳 않고

힘껏 날갯짓하는 나비처럼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며

오늘 나에게 주어진 행복을

품에 착실히 담고 있거든요.


혹독한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

살을 에이는 추위가 이어져도

그 사이로 따스한 해는 기어이 떠오르니


이 작은 별에

작디작은 생명체로 사는 우리 모두

바람보다 해를 기억하는 오늘이 되기를.


하여 부디

숨마다 따스한 행복이 쏟아지는

그런 날이 되기를.



Giverny, France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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