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인생은 직선이 아니니까요

- 김웅, '검사내전' 중에서

by hearida

"하지만 세상 일이 어떻게 인천공항 활주로처럼 직선이겠는가. 모든 살아 있는 것은 곡선이고 움직인다. 사람이 경직되는 것은 오직 죽었을 때뿐이다. 그래서 직선적인 추측은 죽음을 상징한다."


- 김웅, '검사내전' 중에서



자라면서도 그랬고

지금도 가끔씩,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인생이 길게 뻗은 직선 같아요.


직선 안에 촘촘한 점들이 이어져있고

그 점마다 어떤 미션이 있어서

이 삶이란 그 미션을 깨고 또 깨야만 하는

장애물 경기가 아닐까 싶어 져요.


학교 다음엔 직장, 그다음엔 승진

결혼 다음엔 임신, 그다음엔 둘째

집 다음엔 더 큰 집, 그다음엔 더 더 큰 집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실제로 그 선 위에 올라보니

인생이란

직선 따윈 거의 보이지 않고

한없이 꼬불꼬불 굽은 선이 가득하네요.


그 선은 때로

툭 끊어져 있기도 하고

다른 길로 돌아가도 느닷없이 앞이 꽉 막혀버리는

그런 어마어마한 미로예요.


그래서 도저히

목적지까지 최단거리를 직선으로 달려갈 수 없는,

멈췄다 걷다 생각하다 되돌아갔다

저 멀리 돌아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하는.


나이를 먹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뭐 하나 쉽지 않아 종종 주저앉지만


쭉 뻗은 트랙을 전속력으로 질주할 때보다

작고 소중한 것들을 더 많이 눈에 담고

소박한 행복을 더 가득 마음에 담을 수 있으니

참 좋다 싶은 매일이에요.


지금 만약 힘들다면

그건 당신의 미로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부디 그 아픔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말고

가만히 한 발 내딛으며 나아가기를.


조금 오래 걸리고 때로는 돌아가더라도

언젠가 꼭 당신의 목적지에 다다르기를.

그리고 아무쪼록

그 모든 순간에 늘 크고 작은 행복이 함께하기를.



Vienna, Austria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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