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맑은 날이 많아 사막에 왔습니다

- 호프 자런, '랩걸' 중에서

by hearida

"선인장들은 사막에서 천천히 자란다. 그것도 자랄 수 있는 해에만."


- 호프 자런, '랩걸' 중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엄마로서의 나의 하루는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요.


눈을 뜨니 아침이고

정신을 차려보니 하루가 지나고

세어보니 훌쩍 한 주가 가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 개인으로서의 하루는

너무 드문드문 나타나요.


어떤 날은 아이가 자는 잠시였다가

다음 날은 세수를 하는 일순간이었다가

또 한 날은 아예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날들이

나는 생각보다 괜찮아요.

그리 우울하거나 고되지 않네요.


지금 나는

나의 하루를 잠시 사막에 두고

내 아이의 작은 숲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이 작은 숲이 울창해지고

그 안에서 아이의 다양한 마음이 뛰어놀아

더 이상 내가 필요치 않아지면


나는 사막으로 돌아가

멈춰 있던 나의 하루를

다시 자라게 할 거니까요.


예전에 삶이 고되었을 때

매일 맑은 날만 계속되면 인생은 사막 같아진다고

습관처럼 되뇌곤 했는데


하루하루가 맑디 맑은 날들이라

결국 사막에 서버린 나의 하루를 보며

요즘은 웃는 얼굴로 그 문장을 중얼거립니다.


지금 당신이 사막에 있다 해서

하필 오늘이 자랄 수 없는 날이라 해서

그것이 끝이라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언젠가 다시 촉촉한 비가 내려

당신의 대지를 적시면

당신은 분명 전보다 더 훌쩍 자랄 테니까요.


그러니 우리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맑은 날이 너무 많아 사막에 왔으니

잠시 쉬어간다 생각했으면.


그런 마음으로

언제나 담뿍

담뿍 행복했으면.


Chiang Mai, Thailand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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