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중에서
맞아요.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며
'뭐 한 것도 없이 하루를 버렸네' 싶은 생각이 드는 것만큼 속상한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
그 의미라는 것.
그게 대체 뭘까요?
한때 그건 바깥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이벤트로 가득한 화려한 생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치장된 외형.
찬사와 스포트라이트가 가득한 직업.
역사에 남거나 사회적 가치를 지닌 업적.
연봉이나 자산 같은 수치들.
저도 그걸 쫓아 열심히 살던 때가 있었거든요.
매일 갖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실제로 그것들을 손에 쥔 적도 있지요.
그런데 정작 다 얻은 뒤에 제게 남은 건 기쁨이 아니었어요.
모래로 쌓은 성처럼 언제든 무너질 듯 불안했고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고 질투하고
바라는 건 더 늘기만 해서 늘 갈증이 나는 상태.
사람들은 모두 네가 반짝인다고 부럽다고 말해주는데
정작 나 홀로 깜깜한 동굴 속에서 갇힌 채
스스로를 모자라고 부족한 인간으로 여기며 살았어요.
오늘 아침에 거울을 봤어요.
아이라인을 정수리까지 올려 그리곤 했는데
이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조금씩 탄력을 잃어가는 피부.
알록달록 갖은 색이 가득하던 흔적은 하나 없이 짧게 깎은 손톱과
유행 따위 타지 않는 단벌 추리닝에 묻은 고춧가루.
예전에는 듣기만 해도 펄쩍 뛰었을 흔하디 흔한 '아줌마'가 거기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 일기에 매일 쓰는 말은 "충만하다"는 네 글자예요.
나의 가정과 나의 아이.
내가 매일 온 정성으로 가꾸는 작은 내 세상.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우주에서 보면 티끌보다 못한 그저 보통의 삶이지요.
결국 그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늙어 가겠지요.
그래도 나는 작디작은 이 삶이 너무나 좋아요.
물론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지치기도 하죠.
하지만 세상에 모든 일에는 품이 드는 거잖아요.
공부를 해도 일을 해도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밤새 술 마시며 놀아도
하다못해 밥을 먹는 것에도.
그런데 이렇게 힘을 들여 무언가를 했을 때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웃었던 적이 또 있을까 싶은 기쁜 매일이에요.
무탈하게 쑥쑥 자라는 아이,
가족들이 모여 일상을 나누는 집.
적어도 저에게는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닌 존재입니다.
누군가에게 그건
평생 꿈꾸던 일일수도 있고
밤잠 못 이루고 매달린 학업적 성취일 수도 있고
정성을 다해 가꾸는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오래 계획한 여행일 수도 있고
혹은 그저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일 수도 있을 거예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정해진 건 없잖아요.
굳이 거창할 필요 없이
나에게 의미 있는 건 오직 나만 정할 수 있으니까요.
외부의 가치나 시선에 휘둘리는 일 없이
나의 의미를 만들고 지켜가는
그런 날들 보냈으면 해요.
그리고 건강하고 무탈하시길.
되도록 행복에 가까운 오늘이길.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