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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dache Feb 10. 2019

이래서 서프라이즈는 싫다

영화 "클로이"

집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샴페인과 나이스 하게 서비스되는 케이터링 음식으로 파티 분위기는 적당히 술렁이고. 자 모두 조용. 아내는 모든 사람들의 숨죽이는 눈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느냐고. 빗소리에 들려오는 남편의 건조한 목소리. 비행기를 놓쳤다고, 내일 돌아가겠다고. 완벽하게 세팅된 서프라이즈 생일파티는 그렇게 몇 달 동안 준비하는데 들인 노력을 아무 의미 없이 돌려놓고 아내를 깊은 괴로움에 빠트린다. '그이가 젊은 여학생과 함께 있는 건 아닐까' 교수 남편을 의심하면서 시작되는 아내의 불안한 눈빛. 리암 니슨, 줄리안 무어,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나오는 영화 "클로이"의 첫 부분이다. 
 
교대 근무하는 남편은 이번 설 연휴에는 쉴 수 없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 혼자 시댁에 갔다. 혼자 음식하고 고단한 시간을 보내니 영 몸도 좋지 않고, 연휴 기간 중 하루는 내 집에서의 느슨한 일상을 즐기려고 시 어른들께 세배를 하고 설날 당일 예정보다 하루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설날에 근무하고 다음 날 아침에 퇴근해 오는 남편을 위해 싸온 음식으로 명절 상을 차리고 아이들은 아빠한테 세배하려고 대기 중.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이제 남편만 등장하면 되는데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는다. 평소보다 늦어지는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전원이 꺼져있다. 헐~~~!!! 조조영화를 보러 갔을 거라 짐작은 하지만 김이 샌다. 명절 피곤함이 짜증으로 바뀌는 순간!!!


추궁하듯 따지는 나에게 영화표를 보여주며 의심받는 자신이 더 기분 나쁘다는 남편. 이래서 서프라이즈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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