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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dache Jan 31. 2019

여름 시작, 열무 냉면



날이 더워지고 찬 것을 찾게 되는 계절이 오면 나는 늘 찬 국수를 한다. 그 국수를 한 그릇 비우고 나면 나의 여름이 비로소 시작된다. 일종의 여름 개시 음식이랄까? 올 해는 열무냉면으로 여름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번 열무 냉면은 좀 특별하다. 올해 처음 시작한 텃밭에서 직접 기른 열무로 물김치를 담아 냉면을 만들었다. 이 한 그릇의 냉면이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 식구들의 수고로움과 함께 지난 봄이 오롯이 이 한 그릇에 담겨있다. 어느 흐린 봄날 씨를 뿌린 남편,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았던 아이들, 열무를 뽑고 다듬어 물김치로 만든 나.


우리 처음 텃밭. 봄날 한 그릇의 열무 냉면.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여름이 너무 일찍 와서 미처 덜 익은 열무 물김치가 제대로 된 국물 맛을 내지 못한다.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동치미 냉면 국물과 물김치 국물을 섞고 아직 덜 익어 약간 아린 맛이 나는 열무를 얹었다. 그런데 우리 식구 모두 한 그릇씩 뚝딱 비워낸다. 맛보다는 우리 봄날에 대한 의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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