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곳에 올 운명이었나 보다
인제 자작나무 숲
나는 나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참 잘 어울린다고도 했다.
스물의 여름밤 우리는 역시나 취했었고
종로의 길거리 사주쟁이에게 기분이 좋아진 채로
역시 네가 아니면 안 돼 라는 눈빛을 나누었다.
나는 그에게 갈 운명이라고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평생 그의 옆에 머물겠다 맹세한 것은
역시 옳은 결정이었다고.
스물의 나는
그런 내가 참 좋았다.
다른 곳을 보고 있어도 결국 내 눈에 보이는 이는
그였다.
다른 곳으로 가고 있어도 결국 내가 도착한 곳은
그가 있는 곳이었다.
인제 자작나무 숲을 만났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
아! 나는 이곳에 올 운명이었나 보다.
아름다웠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리라.
자작나무가 시작되는 곳에서
다른 세상이 열리는 듯
나는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
내가 참 아름다운 사람이 된 듯하였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처럼
나는 이 숲과
첫눈에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다.
여름 보슬비가 내리는 자작나무 숲은 온통 습기를 머금고 있어 싱그럽다. 돌덩이에도 축축한 숲의 기운이 앉아 있다.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의 이 숲의 모습도 보고 싶다
비를 머금어 미끄럽지만 숲이 품은 날것의 숨을 들이 마시는 듯 기분 좋게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
막내는 어드벤쳐로 가득 찬 숲을 다람쥐처럼 뛰어 다닌다.
다시 너를 만나러 오겠어. 약속할게. 내 마음을 두고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