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찰나의 순간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망각은 때로 축복이라 여겨진다.
나쁜 기억을 지우고 살아갈 힘을 주는 것.
그래서 어떤 이들은 말한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출처도 불분명한 이 말에, 나 역시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망각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조차 잊게 만든다.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내가 아는 한, 그렇다.
영원할 거라 맹세했던 사랑도,
절대 잊지 않겠다던 다짐도.
반드시 이루겠다던 열정도,
시간 앞에서는 언젠가 잊히고, 사라진다.
지구상의 생명들도
온 우주를 뒤적여봐도
영원히 살아가는 존재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꿈꾼다.
영원히 계속될 무언가를.
오늘 전하지 못한 말을 내일로 미룬다.
마치, 내일이 당연히 올 것처럼,
시간이 우리 편일 것처럼.
하지만 말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사랑도, 용서도, 약속도
모두 그 시기에만 유효하다.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언제 이별이 올지,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싸우고 토라져 나가 버린 뒷모습이
맛있는 물고기를 잡아 오겠다던 약속이
퇴근길에 인형을 사 오겠다고 말하던 그 목소리가
웃으며 내일 보자고 말하던 인사가
다가 올 이별을 알지 못한 상태로 모든 것을 미뤄둔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은 마일리지가 아니다.
미래에 적립한다고.
더 커지는 것도, 오래 남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쌓이고, 노력이 쌓이면
결과가 따라온다지만,
그때 찾아오는 게 영원한 행복일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행복은 찰나다.
눈 깜짝할 만큼 짧고, 집중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친구와 한강 공원에서 작은 돗자리를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그 순간이
아무 의미 없이 3시간 동안 떠들던 편의점 앞 의자에서 그 순간이.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아름다운 풍경을 보던 그 순간이.
학원 쉬는 시간에 편의점에 뛰어가 컵라면을 먹었던 그 순간이.
역에서 나를 기다리던 그를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꽃 피던 그 순간이.
나에게는 행복이었다.
조금은, 행복에 관대해졌으면 좋겠다.
지금 느끼는 이 소소한 순간이 행복이 아니라고 믿어버린다면,
우리는 평생 '진짜 행복'만 찾다가 아무것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갈 테니까.
행복해질 거라는 막연한 약속 속에서,
우리는 매일 아등바등 살아간다.
우리는 '영원'이라는 담보를 들고,
내일이면 더 나아질 거라 믿으면서 살아간다.
누구도 봄을 길게 누릴 수 없듯이
영원히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없다.
찰나를 사랑하자.
내일을 기다리지 말고,
오늘의 반짝임을 껴안자.
지금 이 순간을,
가장 먼저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