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다 자신감이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

by 해다니

나는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그걸로 무언가를 이룰 거라는 기대도 없었다.


그저, 작은 끄적거림으로

나만의 캐릭터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어릴 적 영어 교과서에 그리던 반짝이는 공주 눈.

국어책 속 단발머리 주인공을 긴 머리로 바꾸던 낙서,

사회시간 지도를 칼같이 따라 그 집중력.

그 기억들을 꺼내올 시간이었다.


그 당시 나는,

뭔가를 애써 이뤄야 하는 삶이 너무 벅찼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인간이 된 해파리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 나에게 가장 솔직한 자화상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 그림은 형편없었다.

삐뚤빼뚤.

선 굵기도, 색감도 모난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잘 다듬어진 A급 그림들 사이에

나의 미적감각은 B급 아니, C급에 가까워 보였다.


그림을 그린 나조차 그 그림을 애정하지 못했다.

조용히 나 홀로 간직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2년.

세상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A급만 인정받던 곳에서,

덜 다듬어진 B, C급의 감성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완벽한 결과물보다

자기만의 결을 가진 사람들이 사랑받고 있었다.


그들은 실력이 아니라

자신감으로 예술을 증명했다.


예술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맞출 수 없다.

하지만,

어딘가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존재한다.


"이런 걸 누가 좋아해?"

그 '누군가'는 분명 존재한다. 생각보다 많다.

우리는 그 '누군가'를 위해

계속 만들고, 계속 내보여야 한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는 게 답이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가지고 있다.

바로, "개성"


조금만 달라도

주변 사람들은 한 마디씩 말을 보탠다.

그렇게 쌓인 말들로

죽어버린 그 단어.


예술이든 삶이든

모두가 가져야 하는 건 자기만의 개성이다.

잘 그리는 사람보다

나답게 그리는 사람이 더 오래 기억된다.


예술은 결국,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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