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든 두려움

짐작하지 않기

by 해다니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작은 틈 사이가 무섭다.

이건 나이가 들어도 적응되지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엄마의 다리 틈 사이에 들어가 보던

<토요미스터리>보다

<궁금한 이야기Y>, <그것이 알고 싶다.>등

살아있는 인간이 더 무섭다는 진리를 깨우쳤으면서도

미지의 물체에 대한 존재는 여전히 낯설고 꺼림칙하다.


귀신? 실제로 본 적 있느냐고 묻느냐면,

당연히 없다.


주변에 본 사례가 있냐고 묻는다면,

오빠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시골에서 봤다고 주장했었다.

워낙 장난이 심한 사람이었기에, 진짜였는지 모르겠다.


잠들기 직전 귀신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무의식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상태로

내 옆에 누워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귀신을 상상하게 된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공포와 눈이 마주치지 않게,

눈을 꽉 감거나, 재빨리 핸드폰을 쥐고 웃긴 콘텐츠를 찾아봤다.

잊기 위해 계속, 계속 다른 것을 채워 넣어야 했다.


홀로 어둠 속에 남겨지면 나의 끝없는 상상들은

가장 최악의 순간들로 어두운 공간들을 채워나갔다.


어느 만화책에서 두려움은 결국 나 자신이 만들어 낸다고 했다.

'상상의 존재로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아무것도 못하는 나 자신을 더 경계해야 한다.

두려움의 대상 자체가 잘못 설정된 거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무서움은 나 자신이 만들어 낸다.


결국 내가 상상하고 그려낸 존재일 뿐인데,

몇십 년째 같은 하얀 옷을 입고,

라푼젤처럼 긴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달고 다니는 꼬질한 귀신.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대하고 싶다.

무서워 도망치기보다, 내가 상상한 그 존재에게 먼저 말을 걸어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


"지평좌표계를 어떻게 고정하셨는지." 이과 감성으로 묻거나,

"로또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진지하게 물어본다거나.

"사후세계에 대해 인터뷰 가능할까요?" 에세이에 도움받아볼까나.


무서운 존재로만 상상했던 귀신도,

어쩌면 나의 상상력 안에서는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거니까.


주저하지 않아야겠다.

지금은 짙은 어둠을 가득 채운 귀신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나는 살아보지 않은 내일에 대한 경우의 수로 최악을 먼저 상상했다.

알지 못해서 더 가능성 있는 세상을,

알지 못해서 두려운 존재로 생각을 끝맺었다.


짐작하지 말자.

가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고,

마주하지 않으면 추측에 불과하니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속보다,

나의 발목 잡히는 것은 두려움에 떨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오늘의 나'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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