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기억
사람마다 기억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친구는 아주 오래전 일까지 또렷하게 기억하는데,
나는 방금 전 일도 흐릿하게 지나칠 때가 많다.
기억력이 좋고 나쁘다 보다는,
어떤 순간을 마음에 오래 담아두느냐의 차이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때,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물어보던 질문이 있다.
"네가 태어나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기억이 뭐야?"
그러면 대부분 질문을 한 번 더 되묻는다.
"가장 오래된 기억이... 무슨 말이야?"
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기억,
너만의 '태초의 기억.' 말이야.
내 첫 기억은 6살, 유치원시절이다.
학교 앞 문방구 앞에서 뽑았던
애니메이션 '웨딩피치'에 나오는 날개 달린 하트 모양 반지.
코 묻은 돈을 꼭 쥐고,
뽑기 앞에 쭈그려 앉아 원하는 것이 나오게 해달라고 빌고 빌어서 뽑았던 기억.
유치원 안에는 커다란 볼풀장이 있었다.
나는 반지를 낀 채, 그 안에서 신나게 놀았다.
반지는 뽑은 지 하루 만에 영원히 찾지 못했다.
그날 그 반지를 잃어버리고
한참을 속상해했던 기억이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다.
물론, 여섯 살의 모든 장면이 또렷한 건 아니다.
딱, 그 순간만.
조각처럼 남아 있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시 친구들에게도 물어본다.
"너의 첫 기억은 뭐야?"
다들 시간을 더듬으며
자신만의 기억들을 꺼내놓는다.
오빠가 태워준 자전거.
자전거 뒤에서 골목길을 구경하던 다섯 살의 풍경.
부모님이 집을 비운 초등학교 4학년,
홀로 밥상을 차려먹던 순간.
할머니 댁에 놀러 가서
엄마와 연탄을 같이 갈았던 일곱 살의 겨울날.
이제 막 태어난 여동생과
과자를 같이 먹겠다던 다섯 살의 다짐.
그리고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포대기에 감싸여 '내가 왜 여기 누워있지?'라고
생각했다던 한 살의 기억도 있었다.
기억은 이렇게 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고요한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생애 첫 감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첫 기억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