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들었지만, 어른이 아닌

사회적 나이와 실제 나이.

by 해다니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증명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적나라게 드러난 주름덕에, 나이가 들었음을 실감했다.


언제 저렇게 주름이 생겨났지?


이제 어느 자리에 가도 더 이상 막내가 아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나를 어렵게 느낀다.


나는 아직 집을 떠나 살아본 적도 없는데,

친척 어른들은 결혼 안 한 나를 걱정한다.


쉽게 오르던 계단을 이젠 숨이 차올라 중간에 쉬어야 하고,

한 끼만 굶어도 빠지던 살들은

이젠 하루 종일 굶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매운 음식이든 단 음식이든 하루에도 몇 번씩 마구 먹던 내가,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그것도 망설인다.


친구들에게 영양제를 추천받고,

탈모, 흰머리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서류 한 장에서는 분명 어른인데,

마음 한쪽은 아직도 어딘가 덜 자란 채 남아있다.


친구들을 만날 때면,

여전히 철없는 그 시절의 우리가 된다.

사람 없는 골목길을 이유 없이 웃으며 달린다.

아직도 아이돌을 이름을 달달외우고,

노래방에 가서 목이 찢어져라 노래를 부른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민하던 음식들을

이제는 막 시킬 수 있다는 것.


놀이공원은 아침 개장부터 폐장까지 달리던 체력은 없지만,

솜사탕, 추로스, 젤리를 마음대로 사 먹을 순 있다.


친구 A는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친구 B는 회사의 팀장이 되었고,

친구 C는 자기 사업을 하는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


그런 친구들도 아직 자신이 어른이 되기엔 멀었다고 말한다.

사회적 나이라는 것이,

어느새 우리를 지금의 자리에 자신을 데려다 놓았을 뿐이라고,


책임지고 싶지 않은 일들을 책임진다.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 고개 숙여 사과한다.

마냥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일들을 포기하고,

더 나은 삶을 끝없는 고민을 한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진 않는다.

그저 철없는 마음을,

사회적 체면 아래 조용히 감추고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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