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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통 스피치 Aug 28. 2019

사람을 살리는 생각 / 절망은 자신만의 몫인가

절망을 인정하라 한 이가 누구인가

WWE 전 챔피언 CM 펑크가 WWE를 탈퇴한 뒤 바로 UFC 종합격투기에 가입하고 데뷔전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CM 펑크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퀵 큰 론즈 아레나에서 열린 UFC 203에서 미키 갈(미국)에게 1라운드 2분 45초 만에 서브미션 패했다. WWE에서 그의 명성은 찾아볼 수 없었고 전혀 다른 룰과 스킬에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가 졌다고 말했고 실패했다 말했고 별수 없다 말했고 앞으로 힘들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에 패한 뒤 옥타곤 위에서의 인터뷰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늘 나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것이 포기를 의미하진 않는다. 멈추지 않겠다. 다시 돌아오겠다"며 "주변에서 할 수 없다고 하는 부정적인 목소리엔 귀를 기울이지 말고 스스로를 믿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패배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스울 수 있지만, 이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면서 "진짜 패배는 무언가를 시도해서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M 펑크는 몸뿐 아니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다.

그는 그의 말대로 분명히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를 향해 도전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 한마디로 자신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절망에서 일어서게 하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세상에는 마음이 건강하여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보다 자신의 마음 하나 세우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것은 결코 그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구조적인 절망. 그냥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믿어 버리게 만드는 고정된 의식들. 그는 당연히 그 구조를 거부하고 싶지만 허우적거리면 빠져드는 늪처럼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사라져 갈 수도 있다. 가끔의 세상은 그들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기는커녕 더욱 절망으로 내몰며 그곳에서 나오는 것은 너의 몫이라 하며 방관하고 실패자라 말한다. 

절망을 이겨내는 것은 꼭 자신만의 몫인가... 주변을 늪으로 만들어놓고 절망을 인정하라 한 이가 누구인가!! 우리는 그들에게 절망에서 일어나는 법을 보여주어야 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에게 손 내밀 어야 한다. 

이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일서설 기회조차 뺏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어느 학교를 지원했는지도 관심 없는 학생. 그의 어머니를 통해 만나게 된 특목고 면접을 위해 코칭해 주어야 할 중3 남학생.

그 아이는 나에게 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바라볼 것이 없게 되어 모든 희망을 끊어 버린 그런 상태. 절망에 빠져 그냥 거기 머물러있는 한 남자아이를 보았다. 그의 눈은 초점이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턱에 가져다 대고 힐끔거리듯 나를 보며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대답하곤 했다.

꿈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공부도 못하니 뭘 할 수 있겠냐며 자신의 한계를 이미 정해버린 후였다. 그 아이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원인을 알고 난 나는 암담하고 안타까웠다.

고작... 그렇다.. 고작 학원 시험 따위에 떨어졌다는 이유였다. 고작. 또한 시험을 치러 학생을 받거나 받지 않는 어쭙잖은 학원 따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공부를 못하니까요"

"무슨 말이야..."

"학원 다니다 안 다녔는데 저도 공부란 거 하고 싶어서 학원에 가려니까 그 학원에서 시험을 보라 고하더라고요... 근데 시험 봤는데 떨어졌어요... 그래서 그 뒤로 공부를 더 안 했어요"

"그럼 학원에 못가는 거야?"

"네..."

"아니..... 공부 못하니까 공부하겠다는데 왜 못 오게 해?"

"자기네 학원 수준이랑 안 맞나 보죠"

"그래? 그럼 다른 학원 가면 되지! 과외를 하거나"

"공부 못하니까 그냥 포기했어요"


나는 "무슨 말이야... 공부를 잘하고 못 하고는 중요하지 않아. 하고 싶으면 열심히 하면 되지.., 너의 의지가 중요한 거야... 너 스스로 너를 절망으로 몰아넣지 마"라고 말했지만 점점 말끝이 흐려졌다.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아이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보통은 당연하게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다시 도전하지 않고 절망하고 있는 아이의 문제라고. 그 정도 가지고 절망이라니.... 그러나 아이에게만 책임을 돌리기엔 마음이 비겁해지고 무겁다. 공부 못하니까 우리 학원에 오지 못하게 한 학원. 그 학원의 수준이나 방침이 있겠으나 내가 안타까운 것은 따스함의 부재이다. 

실존 철학에서 해석하는 '절망'이란 <인간이 극한 상황에 직면하여 자기의 유한성과 허무성을 깨달았을 때의 정신 상태.>를 말한다 했다.

이제 중3밖에 되지 않은 이 아이는 그 파릇한 인생에서 이미 절망을 경험했다. 물론 그 아이의 자존감이 낮고 도전의식이 부족하며 그것 하나 통과하지 못했다고 낙심하고 절망하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하나 그것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능성과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일어나는 자가 진정한 성공자라고  힘겨운 의식을 주입시킨 우리들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뜻을 펴며 희망을 가지고 날개를 제대로 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다면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절망이 한 사람의 몫이 아닌 사회. 어느 누구도 다른 이에게 절망을 주지 않는 사회. 이런 세상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세상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그 방법은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길로 가야 한다.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돌아보아 따스한 시선으로 필요를 채워주고 보살피는 것. 그래서 그들이 절망을 걷어내고 희망을 가지고 현실에 감사하며 미래를 향하는 것. 그러함으로 CM 펑크 같은 건강한 패배자가 많이 나오도록. 이것이 나와 우리가 세상을 더 멋지게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를 나는 오늘도 바란다.



저서: 당신만은 행복하라

[사람 살리는 말하기 수필집]

        유머능력자 따라잡기

[유머 능력자 만들기 교재]

        바른아이 vs 밝은아이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자녀 양육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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