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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통 스피치 Dec 05. 2016

부끄러움은 왜 늘 우리들의 몫인가

허탈

얼마 전부터 글을 쓸 수 없었다.

허탈하다는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몇 주의 시간들을 보내며 한 없이 무기력해지고 내 입에선 쯧쯧거림과 한숨만이 나왔다. 나에게는 일원 한 푼 도움되지 않는 쯧쯧거림. 그러기에 더욱 초라한 나.


잘못한 사람.

잘못하게 한 사람.

잘못인 줄 알면서 방조한 사람.

잘못인 줄 알면서 부정하는 사람.

잘못했지만 나라가 먼저니 덮자는 사람.

잘못할 수도 있지 뭐 그렇게 야박하게구냐는 사람.


부끄러움을 모르는 생각은 뻔뻔하고 안하무인의 가치관과 행동을 수반한다.

작금의 사태에서 가장 구역질 나게 싫은 말은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말이다. 교회에서 대표기도 하는 사람이 대통령 이름을 부르며 깨닫고 돌아오게 해달라는 기도를 할 때면 눈이 바로 떠지고 입에선 욕지거리가 나오려 한다. 부모님을 모두 흉탄에 보내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말들도 그렇다. 이 나라에 어릴 적에 부모 모두 돌아가시거나 이혼해서 고아처럼 혼자 살아온 사람들...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진대 국민을 상대로 그런 어리광이냐 말이다.

자신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그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이 전무하고 소신껏 연설문 하나 제대로 못쓰는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 게 말이나 될법한 소린가.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 세력들은 국민을 진정 개돼지라 생각한 거다.

대통령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주위에 호가호위하던 사람들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게 뭔가.

나는 대통령을 두둔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등을 돌리는 것 또한 꼴사납고 저급해 보인다.

대통령과 함께 새누리의 간신들은 그들의 더러운 세치 혀로 조롱하고 국민을 능욕한다.


자존심이 상한다. 이제는 속상하다는 말은 약하다.

내 수준이 땅에 떨어지는 느낌이다. 이 정신의 황폐해짐을 누구에게 가서 보상받을까.

언제나처럼 결국 알아서 일어나야겠지. 사람들의 우울감과 정신의 고갈, 불신은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

5학년 아들조차도 "뻔해~ 그랬겠지.." 하며 회의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이제 아들조차도 모든 게 우스운가 보다. 병들어 버린 정신. 불신. 희망의 사라짐.

이것이 이 사태의 결과다. 세월호 때도 그랬다. 왜 부끄러움은 늘 우리들의 몫인가. 왜 아픔과 허탈은 우리들의 몫인가. 그들이 잘못한걸 우리는 말 한마디 못하고 왜 덮으라 하는가. 이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이 내가 더 나라를 위해 기도하지 않아서인가. 그래도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가.

나는 지식인들이 앞장서서 이 난국을 헤쳐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헛웃음이 나온다.

어디에 숨었다 나온 누가 지식인인가.

누가 원로인가.


나는 또 살아갈 것이다. 깊은 상처 하나 안고 그렇게 또 살아 낼 것이다. 강사로서 중년의 한 남자로서 자존심 하나 지켜가며 꾸역꾸역 살아갈것이다. 그러나...살아가기가 버겁다. 

살아 남기가 힘겹다.


그러나.... 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힘들어도 그래야 한다.


그들이 나의 인생을 대신할 수 없기에.

저서: 당신만은 행복하라 [사람 살리는 말하기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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