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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통 스피치 Apr 03. 2017

사람을 살리는 말하기/
그 표정,그 말투,그 말

서러움이 가슴에 박혀 지워지지 않을 때

그는 그 해 여름을 그렇게 기억하며 울었다.

그림 그리기와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그에게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수련회의 강제적인 프로그램과 선생님들의 방임도 아닌 무관심에 지쳐갈 즈음 유일한 탈출구인 휴대폰까지 선생님에게 빼앗겼을 때 그는 정말이지 집에 가고 싶었다. 아빠나 엄마에게 나를 여기에서 탈출시켜 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그러던 둘째 날 오후. 구원자인 아빠가 왔다.

일 때문에 온 아빠는 이리저리 분주했고 그런 아빠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빠... 나 너무 힘들어요... 집에 가면 안돼요?"

그런데 이제 이곳을 탈출할 수 있겠구나 하며 기대에 찬 아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무참했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남자가 이런 거 하나도 못 견디고 어디에 쓰냐... 엄마한테 물어봐"

아들은 절망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 표정, 그 말투, 그 말.

아빠에게 휴대폰을 빌려 간절한 마음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여기서 데리고 가면 안돼?"

"왜.. 무슨 일 있어? 울 아들 잘 할 거야, 하루만 있다 오면 되는데 뭐, 조금만 참고 내일 만나자"


그는 그 해 여름을 그렇게 기억하며 울었다.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보려 하지 않았던 아빠의 그 표정과 말투에 그는 절망하고야 말았다.

"아빠가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아무것도요... 아무것도 안 했으면요"

"그래도 아빠가 잘 대해주는 것 같던데요?"

"네... 잘 대해주세요. 그런데 지워지지가 않아요"


나의 말은 상대의 가슴에 박히고 그렇게 박힌 말은 상대가 그의 온 삶을 해석하는 척도가 된다.

말에 사랑을 담으면 그의 삶에 꽃이 피고

말에서 사랑을 빼면 그의 삶에 가시가 돋는다.

상처가 되는 말을 모두가 오랜 세월 동안 기억하고 그 안에 미움이 자라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말은 흔적이 되어 내 무의식 어딘가에 자리 잡으며 자아가 아직 덜 형성된 어린아이 이거나 자존감이 낮거나 마음이 여린 사람일수록 치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랑이 없는 말은 가시가 되어 자신과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 남자의 고3 때 비 오는 날.

"아빠... 비가 많이 오는데 우산 좀 갖다 주세요"

"남자 자식이 이 정도 비 가지고 우산을 갖다 달래?

친구랑 쓰고 오거나 맞고도 다녀야지...나는 이 정도 비는 맨날 맞고 다녔어...남자가 약해 빠져가지구"

그는 비를 철철 맞으며 일부러 천천히 걸어왔다.

그 이후로 아빠를 지웠다.

그 느낌, 그 말투, 그 말.


모든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만 바라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잦은 언어의 폭력과 사랑의 부재가 켜켜이 쌓이고 쌓여 어느 사건과 만났을 때 폭발하여 씻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부부싸움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다. 이혼사유에 성격차이가 가장 많은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가시 돋친 말과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야속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일종의 '서운함'이 이유일 게다.

원자탄이 터지면 모든 것은 초토화되고 몇십 년에 걸쳐 회복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처럼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말은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안에 사랑을 담으면 치유의 언어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에 사람이 죽고 살며 누구나 사랑을 원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지 권면이 아니다.


그 말투, 그 표정, 그 말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아 서러움이 가슴에 박혀 지워지지 않을 때 서러운 사람이 당신이라면 당신을 서럽게 한 그에게 말하라. 용기를 내서 말하라. 이러한 행동을 결코 당신의 속이 좁은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며 미루지 마라. 그때 당신이 이렇게 말해서 서러웠다고 말하고 사과와 위로의 말을 들으라.

그럴 때 비로소 당신 안에 서러움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당신이 누군가에게 대못을 박은 당사자라면

진심으로 그에게 사랑을 담아 말하라.

말로써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은 사랑의 말이 답이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 고린도전서 13장 1절 >


저서: 당신만은 행복하라 [사람 살리는 말하기 수필집]

        유머능력자 따라잡기 [유머 능력자 만들기 교재]

        바른아이 vs 밝은아이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자녀 양육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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