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지!

(남을 위한 '그럴 수 있지'가 아니라 나를 위한 '그럴 수 있지')

by Head Lee Tiger


회사 직원 중에 재주가 많은 디자이너가 있다. 성이 박 씨고 직급이 과장이니 이하 '박 과장'이라고 하겠다. 박 과장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고 싶나 보다. 한참 동안 타로카드로 직원들의 미래를 맞추는 놀이를 하더니 요즘은 ChatGPT를 활용해서 사주를 보고 있다.

우리는 가끔 준비하고 있는 사업의 수주여부를 박 과장에게 물어보곤 했었다. 물론 정확도는 조금 낮다.

그런 박 과장이 나의 사주를 봐주었다. 나의 사주에 불(火)이 많다고 한다. 火가 4개, 金이 2개, 土가 2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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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에 火가 많으면 에너지, 추진력, 표현력, 감정반응이 모두 강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즉 火가 많은 사람은 잘 다스리지 못하면 욱하는 성질이 튀어나와 남에게 피해도 주지만 자기 자신도 그런 감정기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화가 많다. 스스로 원칙주의자라고 말하는데 그래서인지 화가 많다.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보면 '아이 참, 왜 무단횡단을 하지?'라고 혼자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공용 자전거나 킥보드를 사람들이 다니는 길 중앙에, 자전거 도로에, 심지어 도로에 세워놓은 걸 보면 '도대체, 어떤 짜슥이 저따위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하고 혼자 생각한다.

운전하다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끼어들거나 좌회전, 우회전을 하는 차를 보면, '왜 깜빡이를 안 켜지? 대화하라고 만들어놓은 것을 왜 안 쓰지?' 하고 생각한다. 혼자 중얼거리면서 짜증 낸다.

가끔 와이프가 중얼거리는 내 소리를 듣고 "저 사람들은 생각도 안 하는데 뭐 하러 혼자 기분 나빠하냐, 당신만 손해 아니냐?"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상대방은 내 생각을 모를 텐데, 나 혼자 기분 나빠서 짜증내면 나의 기분만 상하고, 내 마음만 생채기날 거 아닌가!

그래도 그런 일들은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작년에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좋은 글을 보고 마음깊이 와닿아 나의 이런 습관을 바꾸고 있다.

법정스님은 말씀하신 것은 '단순함의 즐거움'이다. 법정스님은 복잡함은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고 하시면서 꼭 필요한 것만 곁에 두고, 불 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삶 속에서 평온과 자유를 강조하셨다.

법정스님의 삶은 단순함 그 자체였다. "나는 단순하게 살고 싶다. 내 주변과 내 생활이 단순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 생각과 사상 또한 단순하기를 바란다. 복잡한 것을 피하고 싶다. 단순함은 나의 위안이며 나의 안식처다"라고 하셨다.

나는 법정스님의 말씀을 보고 나의 복잡함을 던져 버리기로 했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난 이 말씀을 듣고 내 생각을 단순화하기로 했다.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을 위한 '그럴 수 있지'가 아니라 나를 위한 '그럴 수 있지'를 하기로 했다.

길에서 내 생각과 다른 일들이 벌어져도 '그럴 수 있지' 하고 중얼거렸다. '왜 저러지?' 하고 생각하기 전에 '그럴 수 있지'라고 했다. 신기했다. '그럴 수 있지'라고 중얼거리면 정말 짜증의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몇 개월째 '그럴 수 있지' 놀이를 하고 있는데 생각으로 짜증 낼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안했다. 저와 같은 성격인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셔라.


물론 가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볼 때는 '그럴 수 있지'라고 중얼거리다가 '아냐, 이것은 그럴 수 없어' 하고 마음속으로 짜증 내고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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