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아버지의 유산)

by Head Lee Tiger

새벽 5시 내 눈은 알람보다 먼저 떠집니다. 그리고 이불을 개고 세수를 하고 집 앞에 있는 예진산을 오릅니다. 산을 오르지 않으면 달리기 등 아침운동을 합니다. 산을 오르거나 달리기 같은 아침운동을 할 때면 항상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는 새벽에 가족들을 깨워서 산에 오르셨습니다. 어렸을 때는 얼마나 잠이 많을 때인가요? 또, 작은 다리로 산을 올라가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당시 올랐던 산은 동네에 있는 산이지만 지금 예진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습니다. 산 정상까지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데 2시간 이상은 걸렸었던 것 같습니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매일 산에 올랐고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산 정상에서 따뜻한 콩물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4학년 2학기 때 집이 이사를 했고, 봉산동에 있는 남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올라야 하는 산이 바뀌었을 뿐이지 매일 아침 등산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이 구봉산에는 약수터와 목욕탕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선한데 약수를 먹고 운동을 하다가 마지막 코스로 약수터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내려갔습니다. 고드름이 달리는 한 겨울에도 매일 얼음물에 목욕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고드름을 보면서 옷을 벗을 때 느낌,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드는 찬물 목욕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요즘 같으면 아동학대로 신고가 들어갈 일이겠죠? ^^


어느 겨울날 아버지가 새벽에 나와 동생을 깨웠는데 왠지 그날은 가기 싫었었는지 깼지만 자는 척하고 계속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동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 차례 깨우던 아버지는 포기하시고 그냥 혼자 산으로 가셨습니다. 행복하게 푹 잘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혼자 어두운 산길을 올라가시는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벌떡 일어나 아버지를 쫓아갔던 기억은 지금도 선합니다.


아버지와의 등산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아버지와 매일 가던 등산은 끝났지만, 저는 대학생활을 할 때나 직장생활을 할 때 습관처럼 매일 아침 일어나 운동장을 뛰거나 헬스장을 가거나 가까운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그렇게 싫어했던 것이 어느새 제 삶의 일부가 된 것이죠! 한창 인기 있었던 '아침형 인간'이 자연스럽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인 이 습관 덕분에 저는 주도적인 삶을 살 수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나에게 좋은 습관을 갖게 해 준 기억 때문에 저도 사랑하는 딸에게 나중에 '아빠 덕분에' 하고 기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딸이 초등학교 때 새벽에 두어 번 예진산을 데리고 올라갔지만 너무 싫어해서 계속할 수 없었고,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꾸준히 시키고 싶었는 데 따라주지 않아서 결국은 포기했습니다. 대학교 3학년이 되는 딸이 좋은 습관을 갖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처럼 억지로 시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만 합니다.


나는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아버지가 나에게 남긴 유산 중에 가장 큰 것이, 아침 일찍 일어나고 운동하는 좋은 습관과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남겨주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부지런함과 열심히 노력하는 습관을 유산으로 남겨주신 아버지가 오늘따라 더욱 그립습니다. 앞으로도 몸에 밴 습관처럼 그리고 이런 유산을 남겨주신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산을 오르고 운동을 할 겁니다. 딸에게 이런 유산을 남겨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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