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부터 알고 나면 허무할 정도로 쉬운 문제가 있어.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찾으려고 온갖 의미를 부여한 숫자를 다 대입하고 별별 계산을 다 해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0000이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지.
우리가 벤자민 버튼처럼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면 내일은 좀 더 희망적일까?
자고 나면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나이를 덜어간다면, 나이가 적은 사람이 생을 더 살아낸 사람이란 의미가 된다면, 서툰 태도에 한층 너그러워지고 일상의 권태는 어린 시절 지나간 추억이 되려나.
너와 나의 사이가 헤어짐부터 시작해 만남으로 끝났다면, 서운하고 미웠던 감정은 까마득해지고 설레고 떨렸던 처음으로 기억될지도 모르지.
그랬다면 어땠을까?
결말을 아는 영화 같았으려나. 마음은 좀 더 편했을지 모르지만 몰입할 수는 없었을지도 몰라. 치열한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모든 걸 안다는 듯 평온하기만 한 관찰자가 되었다면 지루했겠지. 끝을 알 수 없어서 다행이었을 거야. 서툴렀을지 몰라도 진지할 수 있었으니까.
사실 언젠가부터 만난 사람들이 그렇거든. 그간의 경험 때문인지 점점 재미없는 사람이 되고 있어. 결말을 알 거 같아서 과정에 빠져들지 못하는 사람. 끝을 내기도 전에 끝을 알 것만 같다고 잘난 척을 하게 되거든. 그게 너와 나 사이에 매우 해로워.
너의 이름을 거꾸로 불러봤어. 모르는 사람 같았어. 그게 지금의 나에겐 작은 위안이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