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널다

by 김희진
나는어디에.JPG 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오만원의 원고료를 받기 위해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원고를 쓰고, 때에 따라서는 몇 번의 수정도 감내해야 한다.

어차피 밥벌이를 위한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고집도 부리지 않는다.

그저 해달라는 대로, 님들의 뜻대로, 다 고친다.


그럼에도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은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내가 고작 오만원을 받으려고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이
목구멍에서 찰랑찰랑한다.


배부른 투정인지...그나마 남은 자존감인지...문과생의 사회비판인지...초라한 자기변명인지...모를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러다 오늘 아침 인간극장에서 해녀 할머니들이 오징어를 말려 너는 장면을 보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저렇게 성실하게 해 본 적 있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일과 나의 일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매할 수도 있고

뭐 전혀 다른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한 글노동의 질과 양보다 적다 싶은 글값을 받을 때마다

머릿 속에서 함민복의 시구를 되뇌인다.



시 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이것이 자격지심과 노예근성으로 애두르는 방식일지, 삶을 긍정하는 방식일지 헷갈리지만

불만보다 성실하게

밥값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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