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그런 사람

by 김희진
마츠코.JPG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인생 영화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있다.


꽤 오랫동안

'나는 본래 숙련된 아침형 인간인데 잠시 그러는 거야'

라고 생각해 왔는데, 올해부터 그런 착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기엔 너무 오래된 불면이다.

그건 마치 우리 엄마가

'너는 원래 예쁜데 살이 쪄서 그런 거야', 혹은 '너는 원래 크게 될 아인데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같은

이상한 가정법처럼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본래 어떤데, 피치 못하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막무가내 이상론 뒤에 숨지 않고

'나는 그냥 이런 인간이다'를 인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습관처럼 핑계 삼던 '바라기만 했던 가능성'의 달콤함.


여하튼, 나는 요즘 해가 떠있을 때 자고, 해가 지면 일어난다.

일어나 있을 때도 별일을 하진 않는다.


휴식이라기엔 너무 길어진

게으름이라기엔 너무 깊은 어떤 상태다.


그간은 이런 생활에 대해 엄청나게 죄책감을 가지고

'돌이켜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이 또한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다.'


인정이거나, 포기이거나, 낙관이거나, 허무주의 거나...


물론 할 일은 산더미다.

생계를 위한 글쓰기도 있고

정체성을 위한 글쓰기도 있다.

준비하는 시험도 있고

해야만 하는 운동도 있고

먹어야 사는 밥도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 중 하나도 못하고 지나가는 날이 많다.


지금은 그런 상태이다. 그게 나쁘다거나 딱히 우울한 건 아니다.


나는 살아 있다.

그것이 가끔 슬프고 참담하기도 하지만,

그저 살아 있는 듯, 살아 가기로 했다.


그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두발로 걷게 된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