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를 정리하다가
그 역사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반지 하나를 발견했다.
분홍색 플라스틱 케이스에 아주 소중히 간직되어 있는 그 모습에, 이토록 예쁜 것을 그간 깜깜히 잊고 지내온 스스로의 무관심함을 반성하며 얼른 손에 끼었다.
오늘 종일 그 반지를 끼고 지내다
저녁 술자리에서 반지자랑을 좀 하려는데
손가락을 까맣게 물들인 반지 녹에
"아, 이래서 이 반지를 안꼈었지..."라는 기억이
그제서야 번뜩 들었다.
지나간 것은 다 좋았던 것만 같다.
진짜 좋았는지...
좋은 것만 남겨둬야 내가 버틸 수 있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지나간 것은 그저 좋았던 것처럼
뽀얗고 아스라하게 기억된다.
하지만 언젠가 추억에 심취해, 그것을 다시 '지금의 것'으로 불러오려고 욕심내면...
그 때 헤어졌던 이유가
또다시 헤어지는 이유가 되고 만다.
추억으로만 남겨 봉인한 것들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더랬다.
결국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은 변하지 않고, 녹슨 반지는 여전히 녹이 슨 그 상태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