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놓인 사물들에 나를 대입해서 들여다볼 때가 있다.
방전 직전의 휴대폰이
퍼석하게 메마른 화분이
쉰내 나는 걸레가
엉망으로 엉클어진 소파 위가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서글퍼질 때가 있다.
나는 나를 위로하는 법을 잘 몰라서
언젠가 슬픈 날은, 그저 슬픈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세상 모든 것들에 나를 보는 듯한 연민을 더해서...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라져서, 누군가 내 방의 나의 물건들을 대신 정리해준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게 될까?
혹여 모를 그런 날을 대비해
평소의 나답게 엉클어 놓아도 괜찮을까?
아니면 유종의 미를 위해 깨끗하게 정리해 두어야 할까?
언젠가 만난 노년의 독거 여성은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누군가에게 발견될 준비를 한다고 말해주었다.
오늘 밤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당장이라도 떠날 채비를 정갈하게 마친 상태로 눈을 감는다 했다.
자신을 발견해 줄 누군가를 위해
눈에 잘 띄는 곳에 자신의 신분증과 유서를 놓아둔 채로.
그녀에게는 슬프기보다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위로하는 법을 잘 몰라서
그녀가 자신의 두려움을 말하는 순간에도
그게 혹시 언젠가의 나의 모습일까 봐, 그저 나 자신에 대한 염려를 할 뿐이었다.
혼자 사는 일은 나와 참 잘 맞는다.
하지만
가끔 한밤 중 가위에 눌려도 내 어깨를 두드리며 깨워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