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살고 있는 집.
욕실 하수구의 입구가 아무리 당겨도 열리질 않아서 그간 온갖 도구를 활용해 한번씩 묵은 머리카락을 빼내곤 했었다. 칫솔, 꼬챙이, 가위, 손가락 등... 가늘고 긴 것이라면 무엇으로든 쑤시고 돌렸다.
도대체 머리카락은 왜 이리 쉬이 빠져대는 것이냐.
그런데 얼마 전, 이 부분은 당겨서 여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살살 오른쪽으로 돌리면 너무 쉽게 분해되어 매우 손쉽고 빠르게 머리카락 청소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당장 방법을 모른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수구 뚜껑을 여는 방법 외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잘못 아는 채로 죽게 되는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결국,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들 뿐이다.
그런 점에서 오해가 오해 인지도 모른 채 떠나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 양해의 말씀을 남기며, 동시에 오해가 묵어 그냥 받아들이게 된 어리석은 내 안의 것들에 대해서도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진실이나 사실을 제대로 알아보려는 애정도, 성실함도 없어서 그냥 대충 넘어간 것들... 모두 미안합니다.
호박죽은 맛없을 거라며 먹어보려고도 하지 않은 점.
'아오이 유우'를 '아에이오우'라고 부른 점.
예쁜 애들은 어딘가 성격적 결함이 있을 거라고(혹은 제발 그러라고) 전제한 점.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러 다니면 부자로 분류한 점.
애인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 한 점.
애인이 없으면 외로울 거라 한 점.
스스로에게는 러시아 심판이 소트니 코바 금메달 주듯 관대하고,
남에게는 손석희 인터뷰보다 날카롭게 파고들었던 점.
모두 미안 미안해.